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9.01.16 06:30

2세대, '애매한 정체성'으로 지난해 12월 판매 고작 24대
뛰어난 공간활용성과 개성 있는 외모로 판매회복 기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기아자동차의 3세대 쏘울이 곧 소비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기존 쏘울은 북미지역에선 ‘박스카’의 대명사 닛산 큐브를 밀어내고 매년 10만대 가까이 팔리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하면서 기아차의 북미 대표모델로 자리잡았다. 그렇지만 국내에선 체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실제로 기존 2세대 쏘울은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총 2406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월간 자동차 판매량이 전체적으로 뛰어올랐던 지난해 12월에도 쏘울은 고작 24대 팔렸을 뿐이다. 쏘울은 지난 2014년 교황 방한 당시 ‘포프 모빌(교황의 차량)’로 선정돼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국내에선 크게 집중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쏘울이 국내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이유로 ‘애매한 정체성’을 꼽고 있다.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차량)로 개발된 쏘울은 세단과 SUV의 장점을 합친 실용적인 차종이다. SUV에 준하는 넓은 실내공간을 갖추고 있어 실용적이면서도 연비와 승차감은 세단 수준인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쏘울과 체급이 비슷한 코나와 티볼리 등 소형SUV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상대적으로 ‘애매한’ 쏘울은 설 자리를 잃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시장이 유독 ‘해치백’의 무덤인 것도 쏘울의 부진을 한 몫 거들었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쏘울은 개성 넘치는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갖춰 미국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선 다양한 소형SUV들에 밀렸다”며 “기아차가 신형 쏘울에 SUV의 색깔을 입힌다면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쏘울 부스터 가솔린 1.6 터보.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쏘울 부스터 가솔린 1.6 터보.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실제로 기아차는 3세대 쏘울을 출시 전부터 'SUV'로 포지셔닝하는 모습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11월 신형 쏘울의 티저이미지를 공개하며 “기존 모델과 다르게 슬림하고 샤프한 헤드램프로 강인하고 하이테크한 SUV의 면모를 갖췄다”고 소개했다. '이도 저도 아닌‘ CUV 대신 SUV로 노선을 확실하게 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쏘울은 국내 판매되는 여느 소형 SUV보다 더 SUV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2세대 쏘울의 제원은 전장 4140mm, 전폭 1800mm, 전고 1600mm. 지상고는 150mm이다. 반면 소형SUV의 대표주자인 코나는 전장 4165mm, 전폭 1800mm, 전고 1550mm의 제원을 갖고 있다. 특히 쏘울의 지상고와 전고는 코나보다 각각 5mm, 50mm씩 높고 트렁크 용량도 40리터 이상 넉넉하다. 키가 크고 공간 활용성이 좋은 SUV의 특징을 코나보다 쏘울이 더 지니고 있는 셈이다. 

신형 쏘울의 실내 디자인.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신형 쏘울의 실내 디자인.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이 때문에 ‘부스터’라는 별칭이 붙은 신형 쏘울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큰 편이다. 코나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인 1.6ℓ가솔린 터보를 품고도 가격은 1914만원부터 시작한다. 최저 1860만원인 코나와 큰 차이가 없다. 특히 다른 소형SUV 보다 개성적인 외모를 갖고 있는데다 사운드 무드 램프 등 차별화된 사양을 갖추고 있어 젊은층들에게 상당한 어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가솔린 모델과 함께 출시되는 전기차모델인 쏘울EV도 쏘울의 약진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신형 쏘울EV는 1회 충전시 최대주행거리 386㎞를 확보해 한 가족인 니로EV보다 1㎞ 더 주행할 수 있다. 30kWh에 불과했던 기존 쏘울EV보다 배터리 용량을 두 배 이상 늘린 덕분이다. 
   
신형 쏘울이 성공 궤도에 오른다면 소수의 특정 차종들만 집중 판매되는 밋밋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특히 쏘울은 젊은층들이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개성적인 차라는 점에서 국내 자동차 시장과 문화에 변화를 주기 충분하다. 준중형 세단과 소형SUV가 양분한 국내 엔트리카 시장에서 외모만큼이나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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