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1.15 19:54

최태원 "실패 용인 사회를 조성해야" 손경식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속도 조절 필요"
문 대통령 "정부R&D 실패할 수 있는 과제에 투입…적극행정 장려하는 문화 만들터"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대화가 열리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기업인들의 한결같이 ‘규제 혁파’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화두로 삼은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서는 ‘기업이 맘껏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촉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과 투자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사회로 기업인들의 토로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박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계를 뛰어다니고 시장을 뛰면서 회사의 사업을 늘리고 외형을 키우는 것이 저희 기업인들의 보람”이라며 “그렇게 해서 얻어진 수확으로 임직원과 더불어 삶의 터전을 만들어나가고, 또 세금 많이 내서 나라살림에 보탬이 되는 방식이 저희가 아는 애국의 방식이고, 기업인들의 보람”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솔직히 이런 말씀을 거의 2년 전에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 등에 대해 한 번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다”면서 거듭된 기업인과의 만남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이 없다는 비판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을 위해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문 대통령은  “최 회장님께서 실패를 용인할 수 있어야 된다는 말씀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실패를 통해서 축적이 이루어져야 혁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가 올해 R&D 예산을 20조원 이상 확보했다고 말씀 드렸는데, 대체로 단기에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위주로 R&D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 과제, 실패할 수도 있는 그런 과제제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R&D 자금을 배분해서 실패를 통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그래서 실패해도 성실한 노력 끝에 그 결과로 실패한 것이라면 그것 자체를 하나의 성과로 인정해 주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과기부에서 각별히 관심 가져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관련,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부는 작년에 (연구개발의) 축을 옮기기 시작했다"며 "하나하나 R&D 과제의 기획, 선정, 평가, 보상에 대한 프로세스를 다 바꾼 바 있다. 현장에 빨리 그런 부분들이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최 회장의)사회적기업, 사회적 경제에 대한 부분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는 중요과제"라며 "현재 국회에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오랜 기간 묵혀있다. 통과가 안 돼 계류 중이다. 그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대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실적이 부진해 국민과 대통령께 송구하다. 경기가 어렵다는 것은 기업의 핑계”라며 “수출과 고용을 늘리는데 앞장서겠지만 정부도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달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도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며 “이를 통해 미세먼지 저감에 기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태 퍼시스 회장은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호소하고 입증하는 현재의 방식보다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하게 하고, 입증에 실패하면 자동 폐지토록 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해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 다른 중견기업인도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 근로제)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에 공장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며 “고용 규모를 줄여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우리나라 공직자가 소신 있게 못하는 것은 감사원의 정책감사 때문"이라며 감사원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나중에 문제되지 않게 하려고 적극적으로 안한다"며 "독일, 미국 등은 정책감사 없이 회계감사만 한다. 공무원들이 유연성 있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곽 회장은 혁신성장을 위해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법과 제도는 포지티브방식, 즉 ‘무엇 무엇이 되고, 다른 것은 안 된다’로 되어 있어서 창의성을 갖기 어렵다"며 "이것을 ‘무엇 무엇은 안 된다’는 네거티브방식으로 바꾸고, 그 외의 것은 다 된다로 바꾸어야 창의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아에대해 문 대통령은 "정책감사는 감사원법에 회계 감사와 직무 감사 두 가지를 하게 되어 있다. 직무감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공무원이 할 수 있다고 규정된 것 외의 뭔가 허가를 하거나 승인을 하거나 또는 행정적인 무슨 협력행위를 할 경우에 나중에 그에 대해서 감사원에서 왜 근거 없는 행정을 했느냐라고 문책을 하기 때문에 소극적인 행정을 하게 된 것"이라며 현실을 진단했다. 이어 "그게 문제인 것 같다"며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오히려 그런 적극적인 행정에 대해서는 아예 면책시켜 주겠다는 적극 행정면책제도 부분은 이미 감사원에서 천명한 바 있다. 실행 안 되는 부분은 다시 한 번 감사원에 협조를 구하겠다. 나아가 오히려 소극적 행정에 대해 문책하는, 그래서 적극행정을 더 장려해 나가는 그런 행정 문화까지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100명이 넘는 기업인에게 2시간 남짓한 시간이 주어지다 보니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쉬워한 기업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업인은 “경제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행사였을 뿐 소통의 장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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