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2.04 14:38

“본선이 어려우면 경선이 쉽고, 본선이 쉬우면 경선이 어렵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정설(定說)로 받아들여지는 말이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에게 있어 TK 지역 선거는 본선이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공천을 받는 후보가 곧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공천이 확정된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러 돌아다니면 주민들이 “괜히 시끄럽게 하지 마시고 그냥 집에 계세요. 어차피 뽑아줄 테니까” 라고 말한다는 이야기가 그저 우스갯소리가 같지만은 않다. 

새누리당은 공천 전쟁이 한창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공천 룰’ 전쟁이다. 어떤 후보를 어느 지역에, 그리고 어떻게 공천할 것인지를 두고 여전히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략적으로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는 ‘100%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는 반면 친박계 인사들은 단수추천, 즉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이란 말 그대로 ‘밑에서부터 경선을 이겨 올라오는 자에게 후보직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물론 청년이나 여성, 장애인 등 일부 계층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하지만 기본적으로 당원 30%, 일반국민 70%가 참여하는 경선 투표에서 이겨야 후보직을 받을 수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 같은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는 이유로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일부 당 지도부나 정치권의 실력자가 내리꽂는 방식의 공천을 막고 투명하고 개방적인 절차에 의해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이야기다. 

수많은 반발 속에서도 김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기존의 한국 정치사에서 공천이라는 것이 ‘밀실 공천’, ‘낙하산 공천’이라는 오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대하는 측에서도 김무성 대표의 상향식 공천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원칙적으로는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경선에 기반한 상향식 공천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여권에서 합의한 사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대표의 ‘100%’ 상향식 공천이 비현실적인 이상에 불과하다는 비판론도 힘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무엇보다도 ‘무조건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 하에서는 재야 인재들이 정치권에 섣불리 도전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친박계 의원들은 야권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인재영입’ 경쟁이 여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과연 상향식 공천이 ‘공정한 공천’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현역 의원으로 막대한 정보력과 조직력을 갖춘 A후보와, 이제 막 정치권에 첫발을 디뎌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정치신인 B후보가 같은 조건으로 경선에 임한다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B후보는 10%의 가산점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실제 조직력과 인맥으로 움직이는 지역구 경선에서는 한참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영남권에서 선거를 준비하는 한 예비후보는 “수도권이면 몰라도 여전히 각 지방은 후보 캠프에서 암암리에 식사비를 대접하거나 버스를 대절해 야유회를 보내주는 등 ‘금권선거’가 횡행한다”며 “이같이 열악한 환경에서 상향식 공천제는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하다”며 중앙당 차원의 전략 공천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무성 대표가 일부 특수한 지역구에 한해 단수추천, 즉 후보자를 1인만 내는 전략공천을 허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치열한 본선이 예상되는 곳일수록 전략공천이 당위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존에 선거를 준비해온 현역 당협위원장이나 예비후보들이 대거 반발할 경우 이를 어떻게 관리해나갈 것인지가 김무성 대표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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