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준영 기자
  • 입력 2019.01.19 07:30

실제 이용자 숨진다면 '살인도구'일 뿐…고통 줘도 안돼
판타지소설과 큰 차이없어…레벨 디자인도 대폭 보완해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주인공 차형석이 결투를 벌이고 있다. (사진=tvN)
'알함브라'에서 차형석이 피를 흘리며 결투하고 있다. (사진=tvN)

[뉴스웍스=박준영 기자]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가 종영을 앞두고 있다. 현빈과 박신혜가 주연을 맡은 알함브라는 지난 13일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10%를 돌파했으며 VOD 시청률도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알함브라는 작품 내 가상의 증강현실(AR) 게임을 중심으로 펼쳐진 사건을 다뤘다. AR 게임은 현실 세계에 가상의 이미지를 구현, 이를 즐기는 체험형 콘텐츠다.

작중 등장한 AR 게임은 직관적인 이용자 인터페이스(UI)와 현실의 지형과 오브젝트를 활용한 이벤트 및 연출 등을 도입했다. 게임의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기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만약 현실에서 이 게임을 실제 서비스한다면 어떨까? 업계에서는 최소 두 가지 문제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게임이 테스트 단계라고 하지만 문제 자체가 치명적이란 지적이다.

가장 큰 부분은 게임 캐릭터가 사망하면 이용자도 죽는다는 점이다. 극 중에서 여러 인물이 다른 이용자 혹은 NPC의 공격에 실제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알함브라'의 주인공 유진우(왼쪽)와 차형석이 이용자 간 대결(PVP)을 펼치려는 모습. (사진=tvN)
'알함브라'의 주인공 유진우(왼쪽)와 차형석이 대결을 하려 하고 있다. (사진=tvN)

게임에서 발생한 충격을 이용자에 직접 전달하는 기술은 이미 가상현실(VR) 게임에 도입됐다. 그러나 드라마처럼 이용자가 큰 고통을 느끼거나 사망할 정도의 감각 공유는 구현은커녕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캐릭터의 사망이 이용자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극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도입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실제로 그런 사건이 발생하면 그 게임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살인도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레벨 디자인도 보완이 필요하다. 유진우(현빈 분)는 첫 번째 무기를 얻기 위해 그라나다의 술집 화장실을 수십 차례 방문해야 했다. 이는 현실과 가상 공간이 연결됐음을 보여주는 장치다.

그러나 다른 시점에서 보면 영업방해나 다름없다. 유진우가 임기응변으로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이후 유진우의 회사 제이원홀딩스가 매장 제휴를 통해 관련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나왔지만, 서울과 같은 1000만명이 넘는 대도시에서는 서비스 초반부터 대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AR 게임 '포켓몬 고'에서 이미 확인됐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포켓몬 고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러시아에서는 교회에서 포켓몬을 잡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사람이 신성모독죄로 고발당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포켓몬을 잡기 위해 부산 UN 기념공원을 무단 침입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AR 게임 '포켓몬 GO'. (이미지제공=나이언틱)
AR 게임 '포켓몬 GO'. (이미지제공=나이언틱)

사망한 이용자의 캐릭터가 게임에 등장하는 것이나 90레벨을 넘어 초반보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수십 배 올라간 주인공이 일반 몬스터 언데드의 공격 몇 번에 빈사상태에 빠지며 고전하는 등 수정할 부분이 많다.

실제 업계에서는 품질관리(Q/A) 부서를 통해 버그 및 문제점을 개발 단계부터 서비스 이후까지 계속 파악하고 수정한다. 이러한 치명적인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은 창작물이라 하더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함브라는 AR 게임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잘 활용했지만 드라마 자체만 놓고 보면 21세기 초반부터 유행한 게임 판타지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과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한 아무리 뛰어나고 혁신적인 게임이라도 정식 서비스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사진=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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