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9.01.19 07:20

수수료 운행수입의 20%…일부 '상생펀드'로 환원해 택시업계 지원 필요
카풀러들, 택시의 '질 낮은 서비스' 성토…자정노력으로 경쟁력 높여야

(사진=뉴스웍스DB)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카카오가 불붙인 ‘카풀’ 논란으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카풀서비스에 반발한 택시업계가 대규모 파업집회를 벌인 데 이어 두 명의 택시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카카오도 결국 손을 들었다. 카카오는 사회적 대화에 전향적인 자세로 임하겠다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베타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한 상태다. 

‘신산업 육성’과 ‘택시업계 생존권’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을 방법은 없을까. 카풀업계와 택시업계의 상생법을 찾기 위해 직접 ‘크루’로 나서 카풀 이용자들을 만났다.

카카오 카풀의 운전자를 뜻하는 ‘크루’가 된지는 시간이 꽤 지났지만 평소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터라 카풀러를 차에 태울 기회가 많이 없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베타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급한 마음에 서둘러 차의 시동버튼을 눌렀다.

퇴근시간대인 오후 8시, 서비스 종료 소식이 알려진 이후였지만 여전히 카풀의 수요는 많았다. 문제는 드라이버 입장에서 목적지가 같은 사람을 찾기 쉽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목적지가 딱히 없었기 때문에 용감하게 서울 도심에서 ‘경기도 용인’으로 가는 카풀러의 콜을 받았다.

처음 맞게 된 카풀러는 야근할 때 회사에서 택시비를 지원받는 직장인이다. 평소 퇴근길에 택시를 자주 타왔다는 그에게 카풀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택시는 잡기도 힘든 데다 담배냄새 등 좋지 않은 경험을 할 때가 많아요”였다. 또 대답하고 싶지 않은 택시기사의 질문에 시달린다거나 택시의 승차감이 나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기존 택시의 서비스가 좋지 않아 편하게 탈 수 있는 카풀에 눈을 돌리게 됐다는 뜻이다.

무사히 카풀러를 집까지 데려다 준 후 귀가를 위해 서둘러 강남역으로 향했다. 카풀러를 태워 집이 있는 서울 강북지역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다. 강남역 인근은 택시의 승차거부가 빈번한 곳이라 스마트폰에는 카풀 요청이 쇄도했다. 하지만 역시나 목적지가 같은 콜은 찾기 어려웠고, 결국 강북지역이지만 집과 반대방향인 동대문구로 가는 카풀러를 차에 태웠다.

두 번째로 만난 카풀러는 강남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40대 남성이다. 그는 차에 타자마자 택시에 대한 불만부터 늘어놓았다. 그는 “강남역에서 택시를 잡는 건 하늘의 별따기에요”라며 “특히 택시는 도로의 무법자나 다름없죠. 칼치기는 물론이고 차선 중간으로 달리기도 하니까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업무로 쌓인 피곤을 풀기 위해 택시를 타려니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막상 탑승해도 과격한 운전에 제대로 쉬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도 더해졌다. 이 같은 대화를 이어가다 어느새 뒷좌석에서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택시의 ‘과격운전’에 대한 성토를 길게 들었던 터라 긴장한 가운데 ‘안전운전’에 집중했다. 

서울 중구에서 경기도 용인까지 약 40분간 운행해 1만9800원의 수익을 얻었다. (사=박경보기자)
서울 중구에서 경기도 용인까지 약 40분간 운행해 1만9800원의 수익을 얻었다. (사=박경보기자)

카카오 카풀은 베타서비스 당시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콜을 두 차례로 제한했다. 불법에 해당하는 승용차의 영업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이렇게 카풀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계산해보니 총 약 4시간 동안 108㎞를 주행했고 3만1400원의 수익을 얻었다. 매칭되는 카풀러를 찾기 위해 의미없이 주행한 시간이 있어 주행거리가 다소 길어졌다. 서울 중구에서 용인까지 2만5000원, 서울 강남구에서 동대문구까지 14500원을 받았지만 카카오가 20%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매 운행 때마다 200원의 ‘안심보험료’도 냈기 때문에 실제 손에 쥐는 수익은 크지 않았다. 

게다가 차량의 계기판에 평균연비 14.0km/ℓ가 찍혔기 때문에 소모된 기름은 대략 7.7리터였다. 서울평균 경유가격(18일 기준)이 1352원인 점을 감안할 때 약 1만원 정도 지출된 셈이다. 여기에다 용인을 왕복할 때 지불한 경부고속도로 통행료 1500원도 고스란히 내 몫이다. 용인으로 갈 때 카풀러가 1000원을 내주고 내 차가 기름값이 싼 경유차인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할 정도다. 이렇게 계산하면 4시간동안 얻은 실질적인 수익은 약 2만원에 불과하다. 기존에 자차로 출퇴근 하지 않는 운전자는 카풀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카풀이 활성화될수록 수익이 커지는 주체는 수수료 20%를 가져가는 ‘카카오’다. 따라서 카카오가 택시업계와의 갈등을 봉합하려면 카풀로 얻는 상당한 수익을 ‘상생 생태계’ 구축에 일부 투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카풀 초기단계에서 ‘상생펀드’를 조성해 경영난에 시달리는 택시업체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고 택시업계와 함께 새로운 O2O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다. 

특히 카카오 카풀은 택시와의 사업경계를 더욱 나눠야할 필요가 있다. ‘크루’들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크루와 카풀러의 목적지가 반드시 매칭돼야만 카풀요청을 보내는 식이다. 현재의 베타서비스에선 목적지와 상관없이 모든 콜을 크루에게 전송했기 때문에 사실상 택시나 다름없는 방식이었다. 순수하게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만 카풀을 이용한다면 승차거부를 일삼는 택시업계가 반대할 명분이 흐려진다.

택시업계 역시 카풀과 차별화되는 서비스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카풀러를 두 명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이들은 모두 택시의 질 낮은 서비스에 크게 공감하고 있었다.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승차거부, 불친절, 난폭운전, 쾌적하지 못한 실내 등을 스스로 개선한다면 생판 모르는 사람의 자가용을 탑승할 이유가 없다. 무조건 카풀을 막아달라고 떼를 쓸 것이 아니라 깊게 박힌 ‘불신’부터 걷어내야한다는 뜻이다.

최근 택시업계가 카카오의 서비스 중단에 화답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승차난을 해소하려면 양측 모두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공생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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