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1.20 10:00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로페이(Zeropay)가 출범 한 달을 맞이했다. 하지만 인프라 부족과 이용 불편함으로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사용률 ‘제로’페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가맹점을 찾기 어렵다”, “이용자가 결제금액을 입력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 “신용카드 혜택이나 제휴포인트 활용이 어렵다”, “결제가 오래 걸린다”는 여론의 성토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들은 하나씩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시범사업에 들어간 제로페이 가맹점은 2~3만개소에서 한 달 만에 5~6만개소로 늘었다. 또 서울시가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지역 자치회를 통해 가맹점 1개소 확보 시 영업인들에게 1만5000원의 수당을 지급하며 사용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결제소요시간이 길다는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됐다. 제로페이 결제는 은행이나 페이서비스의 모바일 앱에 별도로 마련된 QR코드로 진행되는데, 결제 완료까지 1분이나 걸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실 제로페이의 결제방식도 은행 결제 앱이나 각종 페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중성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도 카카오톡을 켜고 페이 메뉴에 들어가 QR코드나 바코드를 찍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출범한 지 겨우 한 달에 불과한 제로페이가 이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로페이의 흥행여부가 카드사의 수수료 매출 수준을 좌우할 수 있어서다.

다수 언론은 지난해 11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소상공인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방침을 비판했다.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 위기에 봉착했고 이 때문에 구조조정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당시 당정은 연매출 5억~10억원 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율을 약 2.05%에서 1.4%로, 10억~30억원의 경우 약 2.21%에서 1.6%로 대략 0.6%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했다. 

반면, 제로페이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수수료보다 약 1%가량 낮다. 제로페이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매출 8억원 이하 구간에서 무료, 12억원 이하 0.3%, 12억원 초과 0.5%다. 카드수수료율은 연매출 3억원 이하 0.8%, 3억원 이상 1.3%, 오는 2월부터 5억원 이상 1.4%, 10억원 이상 1.6%로 여전히 높다.

제로페이 이용자에 대한 혜택도 상당한 편이다. 제로페이 결제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은 40%로 신용카드 15%, 체크카드 30%보다 훨씬 우월하다. 제로페이가 활성화된다면 ‘13월의 월급’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제로페이의 혜택에도 불구하고 제로페이에 대한 여론은 상당히 어둡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이용 욕구를 끌어낸 후 혜택을 체감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와관련, 서울시 홈페이지에 한 가지 재미있는 시민제안이 올라왔다.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소비자에게 복권 형식의 영수증을 발급하고 일주일마다 추첨해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물론 또 하나의 '포퓰리즘'이란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책에 대한 찬반은 차지하더라도 한 번이라도 눈길을 갖도록 하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써야할 시점 아닌가. 대표적인 간편결제 서비스가 된 카카오페이도 사업 초기에는 이 같은 유인책으로 고객부터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제로페이 홍보에 쓰는 막대한 예산을 재원으로 한다면 그리 손해 볼 일은 없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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