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1.19 05:00

'양승태 VS. 손혜원·서영교'를 보는 시각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사람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요'일까.

'이중 잣대'와 '내로남불' 그리고 '진영논리'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이른바 범 진보진영은 지난 수개월 동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며 밤샘농성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최근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이른바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 및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일체 아무런 반응이 없다. 상당수 국민들이 경악한 사건인데도 입을 다물다니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특가법상 국고손실과 위계공무집행 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른바 '촛불세력들'의 염원이 구체적인 성과로 일단락되는 순간으로 비춰진다.

이런 장면을 목도하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그건 바로 법치주의다. 그 누구를 막론하고 죄를 저지른 사람은 당연히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기본원리라고 알고 있다. 당연히 집행과정에서도 혐의자의 지위고하 여부는 물론이고 이념적 성향도 고려돼서는 안 된다. 보편적 상식일 것이다.

실제로 맞닥뜨리는 현실 속에선 이런 원칙은 여지없이 내팽개쳐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지난 1월 14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는 강한 어조로 사법농단 사건 피의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그는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반성과 사죄 없이 사법농단을 계속하고 있다"며 "전직 대법원장이 이렇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일이 헌정 사상 처음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반성이 없다는 게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이런 짓 해도 제대로 사법처리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우리 법질서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검찰에서 엄격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자신의 범죄혐의를 부인한 양 전 대법관을 향해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란 건 누구나 다 아는데 그럼에도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건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라며 "검찰 수사 과정과 이후 재판에서 진상이 낱낱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랬던 민주당은 지난 17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손혜원·서영교 의원 문제를 간명히 처리했다. 손 의원에 대해선 "지금까지의 정황을 종합하여 투기 목적은 없었다는 손 의원의 입장을 수용했다"고 했고, 서 의원에 대해선 "서 의원 본인이 수석 부대표 및 관련 상임위 위원 사임 의사를 밝혀왔으니 이를 수용했다"고 하고 그것으로 이 문제를 종결했다.

시민단체들의 행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 1월 11일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중당 등이 연대한 '양승태 사법 농단 공동대응 시국회의'는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동문 앞에 모여 "사법 농단의 몸통인 양승태를 구속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손혜원·서영교 의원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이들 단체 그 어디에서도 '손혜원을 구속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단체를 이제까지 보지 못했다. 구속 촉구는 커녕 '철저 수사'를 외치는 목소리도 전혀 없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인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네가 하면 불륜'이라는 식이거나 '우리 편이면 아무리 잘못했어도 모두 용서되고 너희 편이면 사소한 일일지라도 끝까지 파헤쳐서 단죄해야 한다'는 의식의 발로가 아니기를 고대한다. 만에 하나라도 이른바 '촛불세력'의 지금과 같은 상반된 태도가 이중적 의식의 발로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나라다운 나라'를 바랬던 '촛불정신'이 될 수 없다고 믿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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