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1.23 12:00

박정영 기초과학연구원 부연구단장 연구팀

이산화티타늄기판 위에 폴리스티렌 나노구슬을 차곡하게 배열한 뒤 표면에 금 박막을 씌운다. 이후 폴리스티렌 나노구슬을 제거하면, 빈 공간에 삼각형 모양의 금 박막이 생긴 금 나노프리즘을 얻을 수 있다.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박정영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핫전자의 발생 거동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관찰하고, 광전변환효율이 가장 좋은 ‘핫스팟’을 찾아냈다.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차세대 고효율 에너지전환장치 상용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잔물결이 일 듯, 금속 표면에 빛에너지가 전달되면 금속 내부 자유전자가 표면에서 동시에 진동하는 표면 플라즈몬 공명현상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자유전자는 높은 운동에너지를 가진 전자인 핫전자가 되고, 금속 표면에는 핫전자로 인해 미량의 광 전류가 흐른다.

금속-반도체 접합 나노 다이오드는 이런 특성을 활용해 외부의 빛 및 화학에너지를 전기적 신호로 전환하는 장치다.

표면 플라즈몬 공명 현상에 의해 핫전자 발생이 증폭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여러 개의 나노다이오드에서 발생하는 핫전자의 거동을 평균적으로 파악할 뿐, 개별 쇼트키 나노다이오드에서 발생하는 핫전자의 거동을 파악하긴 어려웠다.

핫전자가 수 펨토초(1000조 분의 1초) 만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 매우 까다로울뿐더러 나노규모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장비도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광전도 원자간력 현미경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TiO2) 박막 위에 크기 132나노미터(nm)의 삼각형 모양 금 나노프리즘을 올린 형태의 쇼트키 나노다이오드를 제작했다. 광전도 원자간력 현미경으로 레이저을 쪼여가며 나노프리즘에서 발생하는 핫전자를 실시간 검출했다.

레이저의 파장을 변화시켜가며 조사한 결과, 나노프리즘 표면의 플라즈몬 공명과 일치하는 파장의 빛을 조사했을 때 핫전자가 가장 많이 검출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나노프리즘의 경우 640nm의 빛을 쪼였을 때, 532nm의 빛을 쪼였을 때에 비해 2.6배 많은 광전류가 검출됐다.

나노프리즘의 경계면이 내부에 비해 핫전자가 13배 더 활발히 발생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나노프리즘의 경계가 핫전자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핫스팟이라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핫전자 발생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는 의미가 있다.

핫전자 기반의 나노다이오드를 통해 표면 플라즈몬과 광전류 사이 상관관계를 직접적으로 규명했기 때문이다.

향후 에너지 산업에의 응용가치도 크다.

쇼트키 나노다이오드 자체를 에너지전환장치로 사용할 수도 있고, 기존 유·무기 태양전지의 후면 금속막을 쇼트키 나노다이오드로 대체하면, 더 넓은 영역대의 빛을 흡수하는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나노프리즘의 종류와 형태를 바꿔가며 가장 높은 광전변환효율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설계를 찾아나갈 계획이다.

박정영 부연구단장은 “핫전자 연구는 금속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과 에너지 소멸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앞으로 에너지환경 분야를 폭발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차세대 에너지전환소자 뿐만 아니라 고효율․고성능 광촉매 개발 등 촉매전자학 분야 연구에도 큰 진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나노레터스에 지난 4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박정영(왼쪽) 부 연구단장, 이현화 박사과정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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