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1.22 15:59

"익산 장점마을 80여명 주민 중 30여명 암 투병… 17명 사망"

글로벌에코넷 등 환경단체들은 22일 광화문 광장에서"KT&G는 담뱃잎 찌꺼기 '연초박' 처리과정 공개하고, 위험 외주화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원성훈 기자)
글로벌에코넷 등 환경단체들은 22일 광화문 광장에서 KT&G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글로벌에코넷 등 환경단체들은 22일 광화문 광장에서 "KT&G는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의 처리과정을 공개하고, 위험 외주화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최근 원인불명의 암 마을, 죽음의 마을이라 불리는 전북 익산 장점마을에 발생한 집단암 발병과 집단사망 사태를 규명할 실마리가 포착돼 커다란 충격과 파장을 낳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KT&G가 위험 외주화 차원에서 공급 또는 위탁한 담뱃잎 찌꺼기 연초박을 고열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발암물질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이들은 "일찍이 장점마을 주민들은 암 발병 원인으로 연초박 폐기물을 주목했다"며 "하지만, 그동안 그 어떤 국가기관도, 지방정부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KT&G가 폐기물로 위탁 처리한 연초박의 암 발병 연관성을 반드시 정밀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비료공장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이 이틀에 한 번 꼴로 200킬로그램 박스 70개 분량의 연초박을 대형트럭으로 반입해서 연초박 50% 정도와 다른 재료 50% 가량을 섞어 고열가공처리해 유기질비료를 생산했다고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담뱃잎 찌꺼기는 제품화가 안 돼 버려질 뿐 일반 담뱃잎과 성분이 동일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열 등 고열처리공정이 더해지면 각종 암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며 "필터를 달아서 피워도 해로운 담배를 하루에 몇 톤씩 불완전하게 연소시켜 굴뚝으로 내뿜은 사건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가 없는 희대의 살인사건"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원인 역시 수년간 KT&G가 하청으로 처리한 연초박 고열처리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KT&G는 당초 금강농산이 폐기물 종합 재활용업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는데도 폐기물처리를 위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에코넷 김선홍 상임회장은 이날 KT&G를 상대로 "익산 장점마을은 물론 전국 각 지역에 위탁 처리한 연초박 물량 및 성분분석 결과를 공개하라"며 "단 한 점도 의혹이 없도록 연초박 처리 배출자, 운반자, 처리자 등과 체결한 계약서 및 사업장 폐기물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연초박 수탁업체 수탁능력 확인서 등을 모두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계승연대 송운학 상임대표는 "KT&G는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보상과 배상을 실시해야만 한다"며 "막대한 이윤 중 극히 일부 또는 엄청난 홍보비를 조금만 절약하면, 가능하다"고 일갈했다. 

한편, 전북 익산 장점마을은 2001년 마을 산 중턱에 비료공장이 들어선 후 참혹한 불행이 찾아왔다. 45가구 80여명 인구 중 30여명이 원인불명의 암에 걸리고 16명이 사망했다. 특히, 지난 1월 17일 피부암과 폐암이 걸린 1명이 추가로 사망해 총 17명이 숨졌다. 

환경단체들은 "이로 인해 정든 고향을 등지고 타지로 이사를 가는 등 마을은 초토화됐고, 버티고 있는 40여명 주민 역시 삶에 희망을 잃은 채 절망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부가 장점마을을 상대로 2018년 1월부터 진행한 주민건강영향조사 중 일부로 지난 11월 초 환경오염주범으로 의심받던 금강농산 비료공장을 대상으로 토양오염상태조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콘크리트로 포장한 폐기물 저장탱크 위에 식당을 건축하여 은폐했고, 공장을 폐쇄한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었던 지하폐기물 저장시설과 매립폐기물 층도 발견했다. 환경단체들은 식당면적 85㎡를 근거로 산출하면, 불법 은폐 저장된 폐기물 량은 약 3700여 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처럼 암 환자 집단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비료공장에서 불법으로 폐기물 저장탱크를 만들고 수년 동안 저장·매립해온 것이 확인됐다"며 "비료공장 옆과 앞마당에도 각각 1m, 4m 깊이의 폐기물 층이 발견됐고, 발견된 폐기물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지금까지 성분을 분석 중"이라고 귀뜸했다. 한 관계자는 "환경당국이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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