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1.23 16:54

김윤태 부회장 "플랫폼 제공자에게 큰 책임지우면 '제2의 최저임금' 사태 발생"
전재수 의원 "소비자 보호 강화 위해 다양한 채널 통해 충분히 의견 수렴"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한국소비자연맹은 23일 국회에서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 법률안 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온라인쇼핑협회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를 비롯,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소비자원과 학계 전문가들이 법률안에 관한 의견을 개진했다.

김윤태 온라인쇼핑협회 부회장은 "소비자 보호라는 개정안의 취지는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자율적인 노력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며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전자상거래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일자리가 줄어들고 커머스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등 '제2의 최저임금 급속인상'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포털쇼핑, 배달앱, 오픈마켓 등 온라인 중개 서비스(플랫폼)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상품 공급자가 아닌 플랫폼을 제공한 기업들이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개정안이 플랫폼을 이용해 상품을 공급, 판매한 실제 사업자가 책임을 지도록돼 있는 현재의 법률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파격적인 내용임에도 핵심 이해관계자 간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됐다"며 "이제라도 소비자단체와 학계, 업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서 체계적인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기준이 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법안은 지난 16년간 14회 개정이 이뤄졌으며 개정을 할 때마다 외부 연구용역 및 관련 업계, 학계, 법조계의 자문 등을 거쳐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 과정에 있어서는 이전과 달리 절차나 검증 과정 없이 진행되며 많은 우려를 낳았다.

정신동 소비자원 박사는 "개정안에서 통신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자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상거래의 기본인 거래 당사자를 알 수 없도록 만드는 문제가 있다"며 "법적 계약관계를 기초로 하지 않는 법규정으로 인한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통신판매업체와 통신판매중개업체를 한 묶음으로 통칭하게 되면 소비자는 누구와 거래를 한 것인지 혼동할 수밖에 없고, 이는 더 큰 혼란을 발생시킬 뿐이라는 설명이다.

문상일 인천대 교수는 "상법에서 다른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는 판매행위와 중개행위를 구분하지 않는 것은 현행 사법체계와 맞지 않다"며 "엉뚱한 규제로 인한 기업들의 비용 증가와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개업체와 판매업체에 동일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면, 중개업체들은 불가피하게 영세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진입 장벽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종희 건국대 교수는 "중개업자들이 입점 심사를 필요 이상으로 강화할 경우, 상당수 영세소상공인들이 해당 플랫폼에서 퇴출될 수 있다"며 "과도한 규제로 인해 청년창업의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는 신규 온라인 창업 시장에도 진입 규제의 역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에 모든 책임을 지우려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뜩이나 기존 규제로 인해 어려운 사업환경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더욱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기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오픈마켓이나 포털쇼핑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윤해 온라인쇼핑협회 부회장은 "판매업체와 중개업체 간 책임 범위가 같아진다면 굳이 중개 비즈니스를 영위할 필요가 사라질 것"이라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율을 보여왔던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 2007년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통신판매중개자 자율 준수협의회'를 발족해 기존 법률에서 정한 의무보다 강화된 규약을 준수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옥상옥 규제로 자리매김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법안이라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미국 아마존과 이베이, 중국의 알리바바, 일본 라쿠텐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통신판매중개업을 기초로 성장했다"며 "대부분 국가에서는 소비자에게 거래의 책임 당사자에 대해 명확하게 고지하는 방법으로 소비자 보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전재수 의원은 "발빠르게 진화하는 사업환경의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한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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