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9.01.25 06:30

가속력 일품…실내소음 적고 공간활용성 '동급 최고'
고급 편의사양 대거 적용…다소 딱딱한 승차감은 아쉬워

기아자동차의 쏘울 부스터 (사진=박경보 기자)
기아자동차의 쏘울 부스터 (사진=박경보 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붕붕붕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왔다” 방영된 지 무려 35년이 넘게 흘렀지만 ‘꼬마자동차 붕붕’의 주제가는 어느덧 훌쩍 커버린 어른들의 귀에 지금까지 맴돈다. 의인화된 작고 귀여운 자동차와 고운 심성을 가진 어린아이가 교감하는 '붕붕'이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독특한 ‘감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3세대 쏘울을 시승하자마자 ‘꼬마자동차 붕붕’이 생각났다. ‘부스터’라는 별칭이 붙은 신형 쏘울의 작고 귀여운 외모와 ‘감성’으로 채운 실내공간이 붕붕과 닮아있어서다. 

물론 기아차는 쏘울의 외관을 ‘하이테크 디자인’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감성과는 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좌우로 길게 찢어진 헤드램프는 마치 ‘아이언맨’의 마스크를 연상시켜 귀여운 이미지의 전작보다 훨씬 강인한 이미지로 변신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훑어보면 기존 박스형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어 여전히 귀엽고 개성 넘치는 인상이다. 마치 개구쟁이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남자아이들이 가지고 놀 만한 장난감처럼 보이기도 한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씩 눈길이 가기 충분한 디자인이다.  다만 테일램프가 트렁크까지 깊게 파고드는 후면부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쏘울의 후면부는 소형차이긴 하지만 더욱 몸집을 작아보이게 하고, 보는 관점에 따라 일본 업체들의 디자인을 연상시켰다.  
      
쏘울 부스터의 실내야말로 특색없이 밋밋한 일반 엔트리카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다. ‘소리의 감성적 시각화’를 콘셉트로 삼아 재생 중인 음악의 맞춰 다양한 조명효과를 내는 ‘사운드무드램프’가 대표적이다. 또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에서 영감을 얻은 듯 원형으로 디자인된 센터페시아와 각종 버튼들도 기존 기아차에서 볼 수 없었던 감각적인 요소다.  

쏘울 부스터의 외관 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쏘울 부스터의 외관 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또 젊은층이 주로 구입하는 엔트리카답게 큰 폭으로 진화한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들도 눈에 들어온다. 실내 중앙에 위치한 10.25인치 와이드디스플레이는 네비게이션 지도와 음악재생, 날씨‧경기중계 등을 3분할로 나눠 한 번에 보여주고, 두 사람이 스마트폰 블루투스를 동시에 연결해 쓸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특징이다. 또 이미 대중화된 컴바이너 타입 HUD가 적용된 것도 엔트리급에선 과분할 정도로 훌륭하다. 

특히 신형 쏘울은 ‘부스터’라는 별칭처럼 동력성능도 한층 강해졌다. 달리기를 위한 차는 아니지만 1.6 가솔린 터보와 7단 DCT(듀얼클러치)를 맞물린 파워트레인은 고속영역에서도 차체를 거침없이 이끌었다. 신형 쏘울의 새로운 심장은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 kgf‧m의 동급 최고 수준의 힘을 낸다. 전작인 2세대 쏘울의 최고출력은 132마력에 불과했고 중형차인 K5의 2000㏄ 모델도 163마력 수준이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차급에 비해 넘치는 힘을 갖춘 덕분인지 오르막길 주행이나 추월시 엔트리급에서 흔히 겪는 답답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특히 고속도로 주행 시 엔진회전수(알피엠)을 잘 관리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시속 100㎞를 넘어서더라도 쏘울의 계기판에 나타난 알피엠 눈금은 2000을 넘어서지 않았다. 고속영역에서 엔진회전수가 높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실내에 들어오는 소음도 덜했다. 특히 18인치의 큰 휠이 적용됐는데도 하부 소음이 크지 않았던 점도 만족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세단보다 공기저항력이 큰 박스카 형태인데도 아반떼AD보다 풍절음이 작게 느껴졌다. 전반적인 소음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모양새다.

다만 조용한 대신 서스펜션이 다소 딱딱해 승차감이 썩 편안하지는 않다. 승차감에 예민한 편이라면 구입 전 반드시 시승해보길 권한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로 전환하면 쏘울의 엔진음은 그제서야 거칠어졌다. 노멀모드보다 알피엠을 높게 가져가면서 좀 더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스포츠모드 시 스포츠 전용 화면으로 바뀌는 계기판은 재미있는 요소였지만 ‘부스터’라는 별칭답게 배기음도 좀 더 강해졌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도 든다.

쏘울 부스터의 실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
쏘울 부스터의 실내 디자인. (사진=박경보 기자)

특히 신형 쏘울에 적용된 각종 주행보조시스템도 만족스러웠다. 후측방충돌경고(BCW)는 물론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과 차로이탈방지보조(LKA) 등 각종 주행안전기술이 적용된 쏘울은 여느 현대·기아차 모델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반자율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더라도 차선을 곧잘 따라가는 것은 물론, 설정한 속도에 맞춰 주행하다가 과속단속카메라를 만나면 알아서 감속하는 똑똑한 모습을 보여줬다. 

고속도로와 국도 등 왕복 약 110㎞ 구간을 주행한 후 쏘울 부스터의 계기판에 찍힌 평균연비는 10.2㎞/ℓ였다. 18인치 타이어를 기준으로 복합연비가 12.2㎞/ℓ인 쏘울은 터보엔진을 얹은 덕분에 전작(10.8㎞/ℓ)보다 효율을 다소 끌어올렸다. 하지만 장거리 주행이 많은 편이라면 쏘울은 유류비 측면에서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쏘울과 같은 엔트리급인 아반떼와 K3의 경우 ‘스마트스트림’으로 불리는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복합연비 15.2㎞/ℓ를 내기 때문이다. 다만 최고출력은 123마력에 그쳐 200마력이 훌쩍 넘는 쏘울보다 가속능력이 답답한 편이다.

신형 쏘울은 코나와 티볼리 등 소형SUV와 아반떼·K3 등 준중형차와 함께 엔트리카 시장에서 경쟁할 예정이다. 직접 시승해본 쏘울은 국내 엔트리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코나와 아반떼의 대항마가 될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가격은 두 차종에 비해 약간 높거나 비슷하지만 공간 활용능력과 편의사양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형 쏘울의 제원은 전장 4195mm, 전폭 1800mm, 전고 1615mm, 축거 2600mm로 전작에 비해 몸집이 상당히 커졌다. 반면 소형SUV 1위인 코나는 쏘울과 비교해 전폭 및 축거는 같지만 전장(4165mm)과 전고(1550mm) 모두 열세다. 준중형차의 대명사인 아반떼는 쏘울보다 축거는 100mm 길고 전폭은 같지만 세단이기 때문에 실내공간을 다양하게 쓰기 힘들고 헤드룸이 협소해 답답한 편이다. 

쏘울 부스터의 실내공간. (사진=박경보기자)
쏘울 부스터의 실내 및 트렁크 공간. (사진=박경보기자)

특히 쏘울은 경쟁자들보다 키가 높은 덕분에 2열에 성인 남성이 탑승하더라도 머리에 천장이 닿지 않고, 탑승인원에 따라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 1914만원부터 시작하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가 아쉽지만 넓은 공간과 3분할 대형 디스플레이, 풀LED 헤드램프, 사운드무브램프, 블루투스 멀티 커넥션 등 다양한 고급 편의사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간 활용성’과 ‘풍부한 편의사양’이야말로 쏘울만의 진정한 가치인 셈이다.

◆ 총평
지난 2008년 첫 출시된 이후 벌써 3세대로 진화한 쏘울은 그간 ‘해치백’의 무덤인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부침을 겪어왔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합친 CUV 모델이지만 반대로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차급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기아차는 신형 쏘울을 내놓으면서 ‘소형SUV'로 마케팅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쏘울은 엄밀히 따져 정통SUV는 아니지만 SUV에 버금가는 실용성을 갖고 있다는 데 가치를 두고 싶다. 여기에 한층 강력해진 동력성능은 물론이고 그간 소형 엔트리급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한 편의·안전사양들도 쏘울의 큰 무기다. SUV로 다시 태어난 쏘울은 독특한 개성을 바탕으로 국내 엔트리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기 충분해 보인다. 쏘울만의 장점이 눈 높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된다면 기아차가 다소 보수적으로 잡은 올해 판매목표 2만대는 쉽게 넘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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