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1.25 14:21

47개 병원 소유한 방콕두싯메디컬센터, 해외 관광객·부자환자 유치로 지속 성장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태국의 10대 기업이면서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방콕두싯메디컬서비스(BDMS)’ 병원그룹이 내우외환에 흔들리고 있다.

BDMS는 태국과 캄보디아에 47개 병원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개방형 기업병원이다. 1969년 창립해 1972년 태국 최초의 사립병원인 방콕병원을 개원했다. 이후 2004년 고급병원 사미티베이트 병원 인수를 시작으로 병원수를 급격히 늘렸다. 현재 세계 상장법인 시가총액으로 보면 5위에 랭크돼 있다. 아시아에선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9개국에 진출한 2위 그룹 ‘IHH 헬스케어’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그래도 설립자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소개하는 부자 반열에 오르내릴 정도로 막강한 재력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이 병원을 창업한 쁘라싯 최고경영자(Prasert Prasarttong-Osoth·85)가 사임했다. 그는 자신이 창업한 항공사 주식과 관련해 부당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사 최근 태국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 회사경영에선 손을 뗐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태국 정부가 병원 의료비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태국은 민간병원이 진료비나 약값을 스스로 결정한다. 2017년 12월 기준 BDMS의 순이익 비율이 13%에 이를 수 있는 배경이다. 이는 세계의 같은 업종 수익률 5~10%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하지만 이 같은 호시절은 조만간 사라질 듯하다. 태국 정부는 22일, 국공립병원에 비해 높은 민간병원의 의료비를 억제하기 위해 의약품과 의료서비스 가격을 통제하기로 결정했다.

현지 언론은 민간병원과 국공립 의료기관의 의약품 가격이 7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의 가격통제가 수익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BDMS가 외국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곳의 메디칼투어리즘 서비스 전략은 병원 성장의 촉진제가 됐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환자를 모집하는 만큼 일본어·중국어·아랍어 등 20개국 언어 통역사가 상주하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슬람교도를 위한 식사 제공, 공항까지 영접하는 이송체계, 수술 로봇인 다빈치나 최첨단 진단장비는 물론 환자 안전을 위한 국제 인증, 호텔같은 병원로비 등 치밀하고 고급스런 서비스를 자랑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에겐 이에 상응하는 높은 의료비가 청구된다. 2017년 기준으로 외국인 환자는 전체 외래환자의 14%에 불과하지만 매출액 기여도는 30%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약제비 인하 등 정책 변화가 추진되면 경영악화가 불 보듯 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BDMS는 대부분의 산하 병원이 태국에 집중돼 9개국에 진출한 IHH헬스케어보다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태국 의료계는 정부의 의료비 통제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많은 미디어들은 3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가 의료계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것인지에 대해선 크게 기대를 하고 있지 않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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