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1.28 13:33

"노동권 침해 대표 사례는 쌍용차,파인텍,하이디스,미소페"
하준 "재계의 편의는 수용, 노동은 최소 보호장치도 없어"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동권 침해 문제 진단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모색 토론회'에서 하 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전면 왼쪽 첫번째)가 토론 내용을 메모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동권 침해 문제 진단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모색 토론회'에서 하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전면 왼쪽 첫 번째)가 토론 내용을 메모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우원식·이학영·박주민·이용득 의원 및 민변 노동위원회·참여연대는 28일 국회에서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동권 침해 문제 진단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이날 토론회 개최에 앞서 "기업 인수합병 및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계 문제, 노동권 침해 문제 등을 진단하고 인수합병 및 구조조정 과정, 나아가 산업구조조정의 쟁점과 노동자·협력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도산절차 개선 과제 등 노동권 보호를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2010년 이래로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고용 승계 및 노사관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인수·합병된 사업장들의 △정리해고 및 명예퇴직 등 고용불안 △하청 및 용역노동자 비율이 보여주는 외주화 가능성 △조정신청 및 파업 여부 등 노사갈등의 가능성이 인수·합병을 경험하지 않은 사업장에 비해 높았는데, 이는 인수·합병의 과정에서 고용보장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인수·합병 과정 과정에서 노동권을 침해당한 사례로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 한국합섬(현 파인텍), 현대디스플레이(하이디스) 등의 사례를 들었다.

쌍용차 사업보고서를 분석해보면, 2009년 정리해고 당시 쌍용차 등기이사 평균연봉이 2억 7,200만 원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자가 정리해고로 인한 고통을 분담한 바 없고, 이에 2014년 2월 고등법원이 2009년 당시 '경영상 위기'를 근거로 한 회계분석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해고무효를 선고한 사례 등이다.

그는 특히 스타플렉스 사례를 거론해 "스타케미칼 정리해고의 주요 요건인 '경영상 긴박한 위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본 바, 스타케미칼은 표면상으로는 적자였지만 그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는 모회사 스타플렉스의 경영은 개선됐다"며 "스타플렉스 영업이익의 증가 이유를 스타케미칼을 통한 저렴한 원자재 공급 때문일 수도 있다며, 공장가동 1년 만의 폐쇄 결정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임상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 정병욱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 하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조오현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 과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김경율 회계사는 회계를 통해 본 파인텍, 미소페, 콜트콜텍, 홈플러스 등의 사례를 통해 인수합병 및 구조조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회계사는 "공시된 재무제표와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화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추정한 결과, 미소페의 제조회사인 비경통상의 경우 2017년 연간 매출이 약 765억 원인데 제화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연간 금액(공임의 범위를 3%에서 10%로 추정)은 23억원에서 77억 원이고, 그 중간값은 약 50억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애초 제품 매출액의 3%~10%에 불과한, 신발 제작에 필요한 공임 부담을 덜기 위하여 중국 시장으로 이전하겠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제화노동자들의 체화된 기술력의 차이 및 물류비 등을 추가한다면 결코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김태욱 변호사는 "내수기반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견인하여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핵심 산업 분야인 제조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고용안정을 통한 내수 진작, 그에 따른 기업의 투자와 고용의 확대를 촉진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며 "고용안정을 위한 구조조정 예방과 구조조정시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협의기구의 구성을 의무화하는 제조업발전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계·자본의 요구대로 사업재편·구조조정을 위한 온갖 편의는 수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르는 노동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조차 구비되지 못하고 있어 기업은 살아도 노동자는 쫓겨나거나 극한 선택을 반복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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