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1.30 17:06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러시아가 지난해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비밀리에 제안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10월 말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을 풀기 위해 북한에 이같은 내용의 비밀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북한 지역에 건설·운영하고 모든 부산물과 폐기물은 러시아로 돌려보내는 방안이다. 북한에 새로운 에너지원을 제공하면서도 발전소를 통해 핵무기를 제조할 위험은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같이 제안한 사실을 지난해 말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북한이 아직 이 제안을 놓고 협상 중인지, 이것이 북미 간 협상에 영향을 줬는지는 불분명하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이 사안에 밝은 소식통들은 북한이 제안에 응했다면 러시아가 북한에 현실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전문가들은 이번 러시아 구상이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하기로 한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착안한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제안에 대해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핵 협상에 개입하려는 러시아의 새로운 시도"라며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경제적 발판을 갖는 것을 경계하는 중국과 미국의 관리들을 불안하게 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미국 해군연구소(CNA)의 켄 가우스 박사는 "러시아는 (자국의) 경제·안보를 이유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 한다"면서 "러시아는 북한을 거쳐 한국까지 가스관을 건설하고 북한과 국경을 맞닿고 있다는 이유로 동북아시아의 안보 문제에 지분을 가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우스 박사는 그러면서 "미국이 반대하는 한 북한 측이 러시아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러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러시아는 북한과 관련해 매우 기회주의적이고, 북한에서 에너지 지분을 추구한 것이 처음이 아니다"며  "역대 미 정부는 러시아의 접근을 환영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생각을 고수하지 않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보도에 대해 백악관과 국무부, 중앙정보국(CIA), 주미 러시아 대사관 등은 입장 표명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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