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2.09 03:00

한국은행 "반도체는 수도권규제 예외 대상…플러스섬 효과"
주대영 "원천봉쇄형 환경 규제 대신 외국처럼 사후관리 강화 절실"

현재, 호황국면인 반도체산업도 세계 경제흐름 벗어난 '나홀로' 호황이 지속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출처= YTN뉴스 캡처)
현재, 호황국면인 반도체산업도 세계 경제흐름을 벗어난 '나홀로' 호황이 지속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출처= YTN뉴스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반도체 산업발전을 위해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조건 중에는 '원활한 물류'도 빼놓을 수 없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학회의 주대영 박사는 "반도체는 대부분이 항공 편을 통해서 수송이 이뤄지기 때문에 반도체 공장은 공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유리하다"며 "또한 외국인 바이어들도 수시로 입출국하기 쉬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반도체 기업의 주요 니즈(Needs)중 하나는 물류의 편의성이다. 한국은행 경기본부는 '반도체 산업이 경기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정책적 시사점' (2012.9.)이라는 논문에서 "반도체산업은 입지 선정에 있어 공장과 연구소 간 근접 필요성, 수출 물류의 항공 의존성 등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에서 원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수율(yield)을 높이기 위해서는 설계부터 양산까지의 전과정이 타 산업보다도 더욱 긴밀하게 통합돼야 하며 빠른 기술발전으로 인해 설계단계에서부터 양산공정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긴요하다"고 적시했다.

이 논문은 특히 "반도체는 무게가 가볍고 충격에 약하며 단기 납기가 요구되는 특성상 수출물류를 항공 운송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입지 선정시 항공 물류비용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이미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중심지인 경기지역에 반도체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반도체 투자가 물류 및 관련산업 입지가 이미 확보된 경기도가 아닌 타 지역에서 이루어질 경우, 치열하게 원가경쟁을 하고 있는 업체들의 해외이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토교통부가 '(주)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에 연구를 의뢰한 '산업구조 및 입지수요에 기반한 산업입지 공급체계 마련 연구'(2016. 8.)는 '미래 산업지역에 대한 정책 방향'이라는 섹터에서 "산업기반이 부족한 미래 산업의 경우에는 혁신여건 및 고용여건을 반영해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입지 변화 특성 및 기업 니즈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며,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 완화 및 창업/제조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월 24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2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는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산업"이라며 "대규모 선제적 투자와 미래기술 확보를 통해 후발국가와의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역할은 민간이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산업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실패 가능성은 높으나 산업적 파급력이 큰 도전적 과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역설했다.

성 장관의 이런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반도체 산업은 수도권 입지규제라는 난관을 만나 속도감있게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물류 뿐만 아니라 환경규제의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양상이다.

수도권 환경규제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시)은 지난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36년 전에 만들어진 수도권규제는 그간 나름대로 시대적 소명은 다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변화와 기술발전의 현실을 반영하여 새롭게 전면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한 수도권 내에서도 팔당 상수원으로 물을 흘리느냐 아니냐에 따라 자연보전권역과 성장관리권역으로 구분하여 규제를 달리하는 명분도 그 논리적 근거가 타당성을 잃고 있다"며 "요즘은 환경기초시설이 고도로 발전해 오염원들을 원점에서 철저히 걸러낼 수 있는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기회에 한강으로 물을 흘리는 자연보전권역과 서해로 물을 흘리는 성장관리권역의 구분과 규제 차별을 폐지하고 시대변화에 맞는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대영 박사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를 예로 들면서 "이곳을 한강 수계보호구역인가로 묶어놨는데, 이게 법으로 지역을 정하다보니 그리됐는데 사실 이천은 한강수계와는 큰 상관이 없다"며 "중요한 것은 환경과 관련해서 원천봉쇄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원천 소스코드를 막는 것 보다는 사후관리를 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며 "외국은 거의 다 그런 방식으로 한다. '관리'를 철저히 해주는 게 중요하지 원천봉쇄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과 관련,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수도권 규제에 있어 산업의 특성 등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상 수도권 개발이 제한돼 공장이 인근 지자체에 신설 또는 증설될 경우,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는 제로섬(zero sum)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나, 반도체의 경우에는 지역간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섬(plus-sum)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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