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수익률 '꽝'인데도 1.34% 떼는 내 연금펀드
[취재노트] 수익률 '꽝'인데도 1.34% 떼는 내 연금펀드
  • 최승욱 기자
  • 승인 2019.02.0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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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값에 비해 맛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은 아무리 찾기 힘든 곳에 있어도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반대로 불친절하고 고압적인 개원의로 소문 나면 동네고객들부터 먼저 발을 끊는다.

각종 공산품을 샀을 때 불량품으로 드러나면 전액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것은 물론 제조업체로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자사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리지 말라며 적잖은 보상을 받는 세상이다. 미국계 할인점인 코스트코는 구입한뒤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경우 사용하지만 않았다면 군말없이 환불해준다. TV홈쇼핑이나 백화점도 물건을 되물리려는 손님을 더 이상 ‘진상고객’으로 여기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선 설사 충동구매에 나선다해도 별로 손해볼 일이 없게 된 셈이다.

지식을 제공하는 서비스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달치 학원교습비를 내고 다니다가 강의가 기대에 미흡하다면 남은 기간만큼 환불받을 수 있다. 다만 수강기간의 절반을 지난 뒤에는 한 푼도 되돌려받지 못한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영화는 초반 10분, TV드라마는 첫 회가 흥행 성공여부와 후속 시청률을 좌우하는 마당에 강의야말로 한두번 들으면 더 들을지 말지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만큼 합리적인 기준이다.

이처럼 재화 및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명확하고 합리적인 원리 원칙이 적용되는 시대가 왔는데도 제공한 서비스의 질이 형편없더라도 배에 힘을 주면서 매년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공급자가 있다.

기자는 2012년 3월 한국투자증권에 연금저축펀드계좌를 설정한뒤 지금까지 매달 돈을 붓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혜택을 받기위해서였다. 중장기적으로 일정액을 꾸준히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설명도 매력적이었다. 처음 가입할 때부터 직원들의 조언을 참고해서 주식 편입비율이 다소 높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연금펀드를 샀다. 직원들이 자회사 상품을 추전했지만 믿고 수용했다. 그 이후 투자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보다도 훨씬 밑돌아 중간에 갈아탔다. 이미 '액티브펀드'에 대해 실망을 한만큼 보수가 낮은 상품을 골라달라고 직원들에게 요청했다. 추천한 것 중에서 삼성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의 펀드상품을 매입했다.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깨어 있는' 투자자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지난해말 현재 두 상품의 수익률은 각각 -1.81%와 -3.23%를 기록했다. 6년9개월간 꼬박꼬박 돈을 불입했지만 원금조차 건지지 못했다. 2012년 3월말 코스피는 2014.04를 기록했고 지난해말에는 2041.04로 불과 27포인트(1.3%) 오르는데 그쳤던 여파가 컸다. 하여튼 시장수익률에 미달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인연금의 수익성에 대해선 이미 악평이 자자하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지난 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내 퇴직/개인연금, 왜 수익률이 낮을까-사적연금운용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2017년 국민연금의 평균 수익률이 7.26%인 데 반해 같은 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경우 각각 1.88%, 3.70%에 그쳤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를 비교해도 국민연금 평균 수익률은 5.1%로 퇴직연금(3.1%)과 개인연금(3.3%)보다 2.0%포인트 가량 높았다.

펀드매니저가 종합주가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가 너무 어려워진뒤 이젠 ETF(상장지수펀드)가 대세가 되었다고 하니 수익률에 대한 불만은 덮어두기로 하자.

사실 이같은 마이너스 수익률은 결코 '끝'이 아니다. 여기서 뺄 것이 적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은 판매보수라는 이름으로 불입액의 0.9%를 떼어가고 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는 0.39%를 가져간다. 여기에 신탁보수와 사무관리를 합쳐 불입액의 1.34%가 총보수로 나간다. 이를 더한만큼 손해를 본 셈이다.

여기에다가 세금도 생각해야한다. 일시금으로 받으면 국세청이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세로 16.5%를 가져간다. 연금으로 받는다해도 3.3~5.5%의 연금소득세를 물어야한다.

물론 식당에서 밥을 사먹은 뒤 맛이 없다는 이유로 식사대금을 내지 않을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수수료로 먹고 사는 금융사의 입장은 식당 주인과 유사하다. 다른 점도 있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식당은 다시 찾아가지 않는 것으로 '응징'할 수 있지만 '도토리 키 재기'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국내 현실에서 다른 금융사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운용사보다 훨씬 더 많은 보수를 가져가면서도 수익률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것외에 제공한 서비스는 없었다. 7년 가까이 거래한 고객이라고해서 우대해준 것도 없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자에게 예상 연금 수령액을 제시하면서 수익률을 2.5%로 가정했다. 이 정도 수익률은 올려야한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 아닐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설사 다른 증권사와 다른 자산운용사를 선택했다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는 점이다. 송홍선 펀드연금실장은 사적연금기금을 운용하는 금융사가 자신의 지배구조와 이해관계에 따라 연금 상품을 결정하는 탓에 고객 수익과 상충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얘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국민들에게 국민연금과 퇴직연금,개인연금이란 3중 연금체계를 갖추라고 권장하면서도 펀드온라인코리아의 온라인 플랫폼(펀드슈퍼마겟)이 2013년 설립된이후 가입자들의 외면으로 매년 적자가 쌓인뒤 수수료 인하 유도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이런 감독당국 아래에서 가입자 늘리기와 수수료 확대에만 집중하는 금융사들이 환골탈태해야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미국처럼 금융시장 규모가 매우 크고 금융공학이 발전한데다 상호 경쟁도 매우 치열한 금융선진국에서는 판매보수나 운용보수가 전혀 없는 상품이 적지않게 나와 있다. 우리 국민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보다 높은 수익을 얻어 노후생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 정책이 소비자를 더욱 포용하는 방향으로 일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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