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02.06 13:49

재판부 "여중생 진술 번복이 잦고 일부 범죄 내용을 과장했을 가능성 높아 신빙성 의심돼"
여론 반응 싸늘…"같은 맥락인데 피해자 진술 번복이란 이유로 '무죄'라는 게 더 코미디"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해 성폭력을 인정하고 법정구속했던 2심 재판부가 미성년자인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역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이 포인트였다. 하지만 같은 재판부가 정반대의 결정을 내리면서 여론의 반응은 더욱 싸늘해지는 모양새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강간 등 치상)로 구속기소 된 이모(60)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동대표인 이씨는 입주민인 A양(당시 15세)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아버지가 밤늦게 퇴근한다는 것을 알고, A양을 병원·학교에 수차례 데려다주며 친분을 쌓았다. 이후 그에게 밥을 사주겠다며 유인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6년 ‘바닷바람이나 쐬자’며 A양을 자신의 차에 태운 후, 꽃축제 행사장에 들렀다가 한 공원의 공터로 데려가 겁을 먹은 A양에게 위력을 행사해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의 쟁점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였다. 다른 직접적인 증거가 없기에, 피해자인 A양의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게 핵심이었다.

피해자의 신분이 미성년자이냐 아니냐의 차이일뿐, '안희정 사건'과 맥락이 매우 비슷했다. 

안희정 전 지사. (사진=YTN 뉴스 캡처)
안희정 전 지사. (사진=YTN 뉴스 캡처)

하지만 법원은 이번 사건은 안희정 전 지사 사건과 달리 피해자의 진술이 번복되는 등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15세의 청소년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선 알기 어려운 사실을 매우 생생하게 진술하는 점을 보면 이씨가 성적 접촉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A양이 피해를 과장·윤색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잇따른 무죄 판단에 검찰은 상고하지 않았으며, 결국 이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앞서 1심에서도 이씨는 무죄를 선고 받은 바 있다. A양의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아 믿기 어렵고, 아파트 임시 동대표인 이씨는 A양의 자유를 제압할 만큼의 권세가 없었다는 판단이었다.

한편, 이 같은 판결에 여론은 더욱 황당하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네티즌들도 한 목소리로 “당연히 피해자가 어린만큼 진술이 번복될 가능성 또한 다분히 있지 않겠나. 미성년자와 김모 비서가 같은 처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이 사건이야 말로 '안희정 사건'보다 더욱 심각한 사안이 아닌가”, “미성년자에게 일관된 진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희한하며, 따지고 보면 안희정보다 동대표가 더욱 죄질이 불량한데 그에게는 무죄라니”, “이런 일에 여성단체가 조용한게 신기할 따름”, “동일한 재판부라는 게 더 신빙성이 안가는 판결“이라며 싸늘한 의견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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