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2.08 21:40

당초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명절을 지나고 김정일의 생일인 16일을 전후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북한은 8~25일로 설정했던 발사 시기를 갑자기 앞당겼고, 7일 오전 기습적으로 발사했다. 

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당초 예상보다 조금 앞당겨서 실시했을까. 기상 문제나 여러가지 여건도 물론 고려했겠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에게 있어 7일이 '정치적으로' 아주 효과적인 날짜였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 총선 앞둔 한국의 '명절 여론전' 의식했을 것

한국의 이른바 '명절 여론전'에 영향을 끼치고 싶었을 가능성이 무엇보다도 크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번 연휴는 여론의 변화와 조정에 있어 중대한 변곡점이라고 볼 수 있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정치를 논하는 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다. 

아무래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성공 그 자체는 현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사드(THAAD) 배치 문제는 이념을 떠나 생활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여론의 민감한 반응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크다. 이미 사드 배치가 지역 주민들에게 막대한 전자파 피해를 입힌다는 괴담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연휴 기간에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가 '밥상머리 여론전'에 미칠 영향을 계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뉴햄프셔 경선 앞두고 '존재감' 과시

지난 아이오와 경선에서 이변을 연출해 전세계 관심이 모두 뉴햄프셔로 쏠린 가운데, 북한은 늘 중요한 토론 주제 중 하나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을 전세계적으로 '공인'받아 협상자로서의 위치를 점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언론이나 한국 언론에서 최대한 북한이 언급되고 회자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미 미국 대선전에서 이번 북한 미사일 문제는 아주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각 후보들은 앞다퉈 북한에 대한 자신들의 정책을 내놓고 있는가 하면,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것을 두고 미국의 대북 정책이 어느 정도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 점이 북한이 원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 '춘제' 연휴 한창인 중국에 대한 불쾌감 표시인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춘제' 명절이 한창이다.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조기 강행은 중국에 대한 불쾌감 표시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핵실험 이후 중국이 보여준 다소 모호한 태도 역시 북한으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웠을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중국을 통해 미국 등과 대화하지 않으려는 '독자 행보'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 중국 역시 이번 미사일 발사 시점을 사전에 통보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북한 관리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이 미국과의 일대일 대화인만큼, 중국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 또한 김정은의 이익에 부합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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