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2.14 09:58
KAIST에서 2019 학위 수여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KAIST>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KAIST는 15일 대전 본원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에서 ‘2019년도 KAIST 학위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박사 654명, 석사 1255명, 학사 796명 총 2705명이 학위를 받았다.

KAIST는 지난 1971년 설립 이래 박사 1만3029명을 포함해 석사 3만2783명, 학사 1만818명 등 총 6만3830명의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하게 됐다.

학사과정 수석 졸업의 영광은 김도운(23·항공우주공학과)씨가 차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사장상은 이세린(23·신소재공학과)씨, 총장상은 김희주(23·물리학과)씨, 동문회장상과 발전재단이사장상은 박현성(23·전기및전자공학부)씨와 이경훈(24·수리과학과)씨가 각각 수상했다. 

졸업생 대표 연설을 맡은 정은석(26·전산학부)씨는 “졸업생 모두는 각자가 처한 불확실함과 부족함에 당당하게 맞섰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이라며 “부디 이 흐름 그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도전을 계속한다면 더욱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코스타리카 출신 유학생으로 네덜란드 교수의 지도를 받아 ‘초보자를 위한 김치 모니터링 도구’를 제작한 학생이 석사 학위를 받았다.

건설및환경공학과에서는 부부 석사를, 전산학부에서는 쌍둥이 박사 형제를 배출했다. 

KAIST 2019년도 학위수여식에서 석사학위를 받는 산업디자인학과 미리아 호세 레예스 카스트로씨. 네덜란드 교수의 지도를 받아 초보자를 위한 김치 모니터링 기구를 제작했다. <사진제공=KAIST> 

산업디자인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마리아 호세 레예스 카스트로(25)씨는 학위 이수기간 동안 네덜란드 교수의 지도 아래 ‘초보자를 위한 김치 모니터링 도구 제작’을 연구해 학과에서 주는 ‘석사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마리아 씨가 ‘김치 타이머’라고 이름 붙인 도구의 핵심은 모바일 앱과 스마트 센서를 이용해 김치의 숙성 정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김치의 숙성 정도는 수소이온농도(PH)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갓 담근 김치통속에 스마트 센서를 넣고 모바일 앱을 연결한 뒤 PH변화를 관찰해 숙성에 필요한 기간을 예측하는 원리다.

사용자가 입맛에 따라 원하는 숙성 정도나 염분 농도를 사전에 설정해두면 모바일 앱은 김치가 가장 맛있게 익는 시점을 날짜와 시간 단위로 예고해준다.

마리아 씨는 “김치 담그기에 서툰 사람들이 보다 수월하게 맛있는 김치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리아씨는 김치를 직접 담그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보며 레시피를 익혔고, 관련 논문들을 통해 발효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김치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며 한국의 전통 음식 문화인 김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마리아 씨가 개발한 김치 모티터링 도구 <사진제공=KAIST>

연구를 지도한 다니엘 샤키스 교수는 한국 생활 7년차의 네덜란드인으로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며 마리아 씨의 연구를 이끌었다.

석사 논문 연구로 제작된 ‘김치 타이머’는 현재 배추김치에 최적화돼 있지만,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따라서 다른 종류의 김치에도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서부터 소금 등의 재료를 적당히 넣었는지 알려주는 기능을 추가해 연구를 확장시킬 수 있다.

마리아 씨와 KAIST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푼타레나스에 위치한 국립 과학고등학교 학생이었던 마리아 씨는 코스타리카 과학기술부에서 주최한 과학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부상으로 독일에서 열리는 과학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그 곳에서  KAIST 물리학과 학부생이었던 노승한 씨를 만났다.

승한 씨는 마리아 씨에게 KAIST의 우수한 교육제도와 연구 인프라를 적극 추천했고, 이듬해 가을 마리아 씨는 KAIST 학사과정에 입학했다.

입학 후 1년간 무학과 제도를 통해 여러 학문 분야를 탐색한 마리아 씨는 산업디자인학과에 진학했다. 

마리아 씨는 지난 1월 첨단 농업분야 국내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생물학 관련 연구를 통해 인터렉션 디자인 분야에 지속적으로 매진할 계획이다.

마리아 씨는 오는 5월 결혼도 앞두고 있다. 백년가약을 맺을 상대는 8년 전 마리아 씨에게 KAIST를 소개했던 노승한(29)씨다. 캠퍼스에서 꿈과 사랑을 함께 키워온 예비부부는 15일 학위수여식에서는 나란히 학위모를 썼다. 승한 씨는 나노과학기술대학원에서 통계 물리학 분야를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리아 씨는 “세상과 시대를 바꾸는 첨단 기술만큼이나 생활에 편리함을 더해줄 실용적인 연구도 중요하다”면서 “전문지식을 활용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만드는 시민과학 분야에 열중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KAIST 2019년도 학위수여식에서 나란히 학위를 받는 석사 부부. 남편 정영균 씨와 부인 한가영 씨 <사진제공=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에서도 석사 부부가 함께 학위복을 입었다.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에서 만나 2016년과 2017년에 차례로 KAIST에 입학한 정영균(29)·한가영(26)씨 부부다.

남편 영균 씨는 개발도상국의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질 분야의 연구를 희망해 물환경에너지공학 연구실에 진학했고, 아내 가영 씨는 구조 공학 분야 중 교량에 관심이 많아 교량에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구조시스템 연구실에 합격해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다. 

작년 1월 결혼한 부부는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며 학위 이수 과정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영균 씨는 나노 물질을 이용한 세라믹 나노 분리막의 공극크기 조절기술을 연구해 해외 학술지에 두 편의 논문을 게재하고 한 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6월에는 적정기술학회지에도 논문이 실릴 예정이다.

가영 씨는 연구실 선배와 함께 열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구조물의 결함을 검사하는 장비를 개발했다. LNG 선박의 가스 누출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이 기술은 십초 내외로 결함의 유무를 파악할 수 있어 오랜 시간 수작업으로 확인해오던 기존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가스탱크의 모퉁이 부분 등 사람이 간과하기 쉬운 영역까지 놓치지 않고 파악해낼 수 있는 장점도 가졌다.

영균 씨는 지난해 8월 석사과정을 이수한 후 같은 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가영 씨는 졸업 이후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준비 중이다.

두 사람은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로 “개발도상국의 인프라와 관련된 정책이나 기술에 기여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KAIST 2019년도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쌍둥이 형제. 동생 김동규(왼쪽) 씨와 형 김형규 씨 <사진제공=KAIST>

전산학부에서는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임베디드 컴퓨팅 연구실에서 컴퓨터구조의 일부인 디램 및 엠램 등의 메모리 구조를 연구한 형 김형규(31)씨와 멀티미디어 컴퓨팅 연구실에서 영상보호 및 보안기술을 연구한 동생 김동규(31)씨가 주인공이다.

석·박사 과정 내내 기숙사 생활을 함께하며 출퇴근 시간을 맞출 정도로 우애가 돈독한 형제는 “아이디어 구상이나 실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서로의 배경 지식을 공유하며 복잡한 문제들을 정리했고 대학원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겪을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며 의지하고 견뎠다”고 말했다.

형 형규 씨는 전산학부 박사과정 학생 중 우수한 연구실적을 낸 학생들에게 수여하는 ‘2018 NAVER Ph.D. 펠로우십 어워드’를 수상했고, 동생 동규 씨는 2018년 네이버 인턴십 기간 중 개발에 참여한 영상보호 기술이 사내 Top 10 기술로 선정돼 ‘N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상할 정도로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학부를 제외하고 초·중·고·대학원을 함께 다닌 형제는 박사과정에서 동일한 전공을 선택한 만큼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함께 했다.

두 사람은 졸업 후 삼성전자에 함께 입사한다. 형 형규씨는 엠램 연구를 이어가고 동생 동규 씨는 영상 압축기술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두 아들이 긴 시간 동안 공부하는 걸 믿고 기다려주신 부모님과 동생들을 항상 지지하고 격려해준 맏형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신성철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의 선봉장이 되어줄 것, 도전과 창의와 배려의 ‘C³’ 정신을 발휘해 줄 것, 대한민국의 국격을 세계에 제고해줄 것” 등의 세 가지 당부를 전하고 “인류사회에 이름과 눈부신 업적과 교훈을 남기는 것이 KAIST 졸업생들에게 국가가 부여한 시대적 책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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