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02.14 12:24

대법,시영운수 건 파기환송…"회사, 추가 법정수당 지급해도 사업 지속 가능"

(사진 출처=위키미디어)
(사진 출처=위키미디어)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지닌 '통상임금 신의칙(信義則)' 원칙 적용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 14일 나왔다.

대법원은 인천 시영운수 사건에 관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등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2심 법원인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에따라 서울고법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

대법원은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우선해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고 기업의 경영 상황은 여러 경제적·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며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시영운수 사건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이 추가로 요구할 수당이 4억원인데 시영운수의 연간 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 정도에 불과하며 회사의 2013년 이익잉여금이 3억원을 초과해 추가 법정수당을 상당 부분 변제할 수 있어 회사가 추가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 대법원은 "시영운수는 2009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꾸준히 당기순이익이 발생하고 있으며 매출액도 증가하고 있다"며 "버스준공영제의 적용도 받고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은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 박 모씨 등 22명은 2013년 3월 단체협약에서 정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그에 따라 연장근로수당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내며 시작됐다.

1·2심은 회사가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면 예측하지 못한 경영상 어려움을 불러오게 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며 원고를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2015년 10월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가 다루도록 했다. 이후 3년 4개월 동안 심리한 뒤 사건을 다시 대법원 2부로 돌려보냈고 대법원은 하급심과 다른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인해 통상임금 적용 기준과 관련된 아시아나항공·현대중공업 등 소송에서 엇갈렸던 하급심 판결들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도 근로자에게 추가로 지급해야할 법정수당 규모가 개별 회사별로 감당할만 수준인지 여부가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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