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2.14 17:57

보건복지부, 참가업체 모집 후 5~9월 시범사업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정부가 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검사 서비스 인증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시범 참가업체에 대한 까다로운 절차와 평가, 그리고 국민건강과 직결된 고혈압·뇌졸중·당뇨병 등 질환을 대상 항목에서 제외시키고 있어 벌써부터 실속 없이 규제만을 위해 인증사업을 벌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4일 DTC 유전자검사서비스 인증제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서울아산병원 유한욱 교수)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통해 시범사업 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DTC는 사설 유전자검사기관에서 직접 소비자의 검체를 의뢰받아 검사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면 공고일인 2월 15일 기준 유전자 검사기관으로 신고한 기관이어야 한다. 위원회는 또 참가 대상기관을 ‘유전자 검사 정확도 평가실적이 있는 기관’ ‘DTC 유전자 검사서비스 제공 실적이 있거나, 이와 동등 수준의 근거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기관’으로 한정시켰다. 평가 기준이 될 인증항목은 품질관리를 포함해 100개로 구성돼 있다. 이를 충족해도 위원회는 선정기관 수를 일정 범위 내로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렇게 참여한 업체는 IRB(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심의를 거쳐 올 5월부터 9월말까지 검사서비스 전반에 대한 품질관리 인증기준 적용 여부와 기존 항목을 포함한 추가허용 항목의 적절성에 대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는 소비자의 서면동의, 개인정보관리, 과학적 근거 하의 검사수행 여부, 내·외부 검사정확도(암맹)평가, 검사결과의 소비자 대상 전달 절차, 검사 후 소비자 설문조사, 건강 위해 여부, 유상 서비스나 상품판매와 직접 연계 여부 등 검사서비스 전반에 대한 갖가지 평가와 인증이 포함된다.

하지만 인증제 시범사업에서 적용하는 DTC 검사 항목을 보면 이것이 생명윤리 차원에서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의견이 많다.

시범사업에서 적용할 검사 대상항목은 기존 허용된 12항목, 46개 유전자 외에 유전자전문위원회(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산하)에서 검토를 거쳐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검증됐다고 판단된 '웰리스' 위주 57개 항목이다.

검사항목은 크게 비타민이나 칼슘과 같은 '영양소', 근육발달 등 '운동', '피부모발', '식습관', '개인특성', '건강관리', '혈통'으로 분류돼 있다. 복지부 표현대로 치료대상이 아닌 생활습관 교정에 도움이 될만한 ‘웰리스’ 수준의 항목들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인증제 시범사업이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해제와 상충된다는 점을 인식한 듯 "인증제 실시안은 2018년 12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관리강화 추진을 권고해 마련한 것”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이번에 규제 샌드박스에서 풀어달라고 마크로젠이 제안한 고혈압·뇌졸중·대장암·파킨슨과 같은 주요 질환이 대상항목에서 모두 빠졌다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번 규제 샌드박스에 제시된 사례는 특례 부여 검사기관에 한정된 연구목적”이라며, “질병예방 유전자 검사의 효과 검증 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특례를 부여받았다고 해도 인증제를 거치지 않으면 상용화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미 미국·유럽이나 일본 등에선 정밀의료시대로 접어들면서 유전자를 비롯한 분자진단 수준의 체외진단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혈액이나 침 등 분비물로 간단하게 질병을 찾아내고, 예방하는 새로운 의료산업이 급속하게 거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체외진단사업을 준비하는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선 DNA 기반의 DTC 맞춤식 진단시장이 이미 활짝 열려 있다”며 “이번 인증제 시범사업의 내용은 글로벌 헬스산업의 트렌드와 전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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