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2.17 06:00

미 달러화 결제 비중 높아…저임금 노동력도 풍부
국민소득 너무 낮은데다 장기독재정치 위험 요인

(사진제공=NH농협은행)
이대훈(왼쪽 여섯 번째) 농협은행장이 지난해 9월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출범식에서 오낙영(다섯 번째) 주캄보디아 한국대사, 끗 소바나리스(네 번째) 캄보디아 중앙은행 감독국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사진제공=NH농협은행)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국내 은행권이 캄보디아로 빠르게 금융지도를 넓히고 있다. 동남아시아 어느 곳보다 평균 연령이 낮은 ‘젊은 국가’로 성장 가능성이 큰데다 금융 규제가 덜하고 높은 달러화 사용으로 사업 및 환리스크 부담도 적다는 이유에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캄보디아가 국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캄보디아 금융시장 영토 경쟁에서 가장 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6월 캄보디아 현지 금융사인 ‘비전펀드 캄보디아’를 인수를 인수하며 양적 팽창을 이룬 결과다.

비전펀드 캄보디아는 총자산 2200억원에 지점 106곳을 보유한 여수신 전문 금융사다. 2017년 301곳이었던 우리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1년 만에 무려 430곳으로 늘었는데, 바로 비전펀드 캄보디아 인수 덕분이었다.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대폭 확대한 결과, 지난해 해외 순이익은 전년(1614억원) 대비 24% 증가한 2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해외 네트워크가 약했던 은행들도 캄보디아 금융 영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규모에 비해 해외부문이 작은 KB국민은행도 지난해 스텅민체이·츠바암포 등 지점 2개를 늘리며 캄보디아 내 영업 채널을 확대했다. 자체 육성한 캄보디아 직원을 지점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현지화 작업도 공들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캄보디아 비대면 금융영역도 크게 늘렸다. 지난 2016년 9월 디지털뱅킹 플랫폼 ‘리브 KB 캄보디아’를 출시해 올해 1월 말 기준 가입자 7만4000명을 확보했다. 경쟁사들보다 부족한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온라인으로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7년 해외 순익이 10억원대에 불과했던 NH농협은행은 지난 9월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법인을 출범하며 후발주자로 신규 시장에 교두보를 만들었다. 기존 은행들이 밀집한 수도 프놈펜뿐만 아니라 시하누크빌과 시엠립을 거점도시로 삼아 네트워크를 확보할 예정이다.

특히 캄보디아는 농업이 경제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할 정도여서 농협은행이 농업협동조합의 장점을 잘 살린다면 시장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경제지주와 협력해 농기계 할부 대출 등 상품 다양화뿐만 아니라 농업 및 소상공업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시중은행들이 캄보디아 금융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이유는 캄보디아의 높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캄보디아는 지난 2014년부터 연 평균 7%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저임금 노동력도 풍부하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500여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을 정도다. 이들 기업에 자금을 대줄 금융사의 진출이 활발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외국 금융사에 대한 캄보디아의 외환규제가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강점이다.

시중은행 글로벌사업 담당자는 “캄보디아는 잔돈을 제외한 대부분의 거래를 미국 달러화로 할 만큼 통화안정성이 주변국에 비해 높을 뿐만 아니라 외국금융사에 대한 규제도 덜한 편이다”며 “또한 다른 선진국 금융의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한류에 힘입은 국내 금융사도 선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가 신흥 금융시장으로 주목받다보니 국내에서 해당 지역의 금융전문가를 키우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2017년부터 아주대 국제대학원과 함께 캄보디아 금융인력 양성과정을 출범해 작년 말 2기를 배출했다. 앞서 과정을 마친 1기 수료자 14명 중 12명은 캄보디아 현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프놈펜상업은행 지점에 취업했다. 최근 수료한 2기는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은행에서 12주간 인턴십을 수행하고 3월 중으로 일선 현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에서 앞서 있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신남방지역에서 가장 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네트워크를 다지고 있는 동안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기업은행이 캄보디아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최근 금융시장이 개방된 미얀마도 주목받는 만큼 시중은행들의 신규사업과 인력 충원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캄보디아 금융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먼저 캄보디아는 라오스와 함께 동남아시아 최빈국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말 캄보디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약 1400달러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소매금융으로 수익을 내겠다고 장담하지만 소득수준이 크게 낮아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연 7%라는 경제성장률도 캄보디아의 허약한 경제체력을 감안했을 때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은행권이 현지화폐 리엘보다 달러화가 더 일상적으로 쓰인다는 이유를 들어 환차손 리스크가 낮다는 평가하는 데 반해 일각에서는 정치불안이라는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지적을 덧붙인다. 

현재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1985년 최연소 총리가 된 후 이후 약 34년간 각종 정치공작과 쿠데타 등으로 독재정치를 펴고 있다. 국가 주도의 경제 전략으로 얻은 수익은 모두 권력층의 주머니로 들어가 국민의 소득 개선은 더디다. 게다가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리가문의 장기집권에 불만을 가진 야당 세력이나 민중이 반독재 운동에 나설 경우 이전 역사에서 보듯 유혈사태로 번질 수 있다.

한 동남아시아 전문가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캄보디아에 대한 투자 바람이 불고 있지만 가장 위협적인 리스크는 훈센 독재"라며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그동안 거품이 꼈던 부동산시장부터 무너져 금융불안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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