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2.16 15:01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바둑을 두는 사람은 누구나 숱하게 경험하는 게 있다. '현현기경(玄玄棋經)의 묘수(妙手)'인줄 알고 사용했는데, 나중에 보니 속수(俗手)에 불과했더라'는 경험이다. 절묘한 해법인줄 알고 사용했지만, 나중에 보니 '정당한 착점이 아닌 속된 수'여서 결과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에 대한 얘기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지시' 논란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이재명 지사는 2019년 벽두부터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검사 사칭', '친형 강제입원 지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월 14일에는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지시' 혐의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이 재판의 쟁점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2012년에 이 지사가 자신의 친형인 이재선 씨에 대해 '강제입원 지시를 했느냐의 여부 및 그런 지시가 있었다면 그것이 법적으로 정당했느냐'의 여부다. 아울러 본질적으로 당시 이재선 씨가 '지자체장이 강제입원을 시켜야 할 정도의 정신병자였느냐'도 있다.
이를 판단하는데 근거가 되는 법률을 살펴보자. 2012년 당시의 정신보건법 25조 3항에는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제2항의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하여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어 그 증상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당해인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또는 운영하는 정신의료기관 또는 종합병원에 2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입원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을 보면,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진단권자'이며 특정인이 정신병자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임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시장·군수·구청장은 그런 '위험 진단권자'인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소견을 받아들여 특정인에 대해 병원에 입원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간단히 말해서, 의사가 진단권자이며 지자체장이 의사의 그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전제하에 '병원에 입원을 시킬 수도 있고 입원을 안 시켜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입원하게 하여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대면진단에 대한 것이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제68조 1항에는 "누구든지 제50조에 따른 응급입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대면 진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등에 입원등을 시키거나 입원등의 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대면'이라는 단어는 2017년 5월에 추가된 조항이기는 하지만, 이재명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시도 혐의의 시점인 2012년에도 지자체장에 의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 '대면진찰은 필수'였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2001년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정신질환자 입원 시 전문의 진단은 대면진찰을 뜻한다'고 돼 있다"며 "법적으로도 그렇고 보건복지부의 법리 해석도 정신병원 입원 시 정신과 전문의의 대면진찰이 당연히 있어야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이 관계자는 "2012년 당시에도 의심 환자 발견 시 전문의의 대면진찰을 거쳐 지자체장이 2주간의 강제입원 조치를 할 수 있고, 이후 전문의 2명 이상의 대면진찰을 받으면 3개월 강제입원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간단히 말해서, 정신병 의심자에 대한 대면진단이 필수이며, 그 대면진단에 대한 판단권한도 의사에게 있고 지자체장은 다만 그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기각하거나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본질적으로 지자체장은 '진단권자'도 아니거니와 '위험 판정권자'도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지자체장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무유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정신병 의심자에 대한) 입원요청 및 진단결과 기록부 서식'의 문제도 있다. 2012년 당시의 정신보건법 시행규칙에는 '입원신청, 입원동의 요청 또는 입원조치 의뢰사항과 진단 결과에 대한 기록·유지는 별지 제18호 서식에 따른다'고 규정해놨다.
이 별지 제18호 서식은,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신상정보와 진단내용 및 요청결과 등의 내용을 기술하고 '전문의'와 '기록자'가 서명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는 이런 전문의 진단서 양식을 무시한 채 '의견'이나 '회신' 등의 제목으로 작성된 전문의의 소견을 바탕으로 분당보건소장에게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당시 전 보건소장 A 씨는 "이재명 시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인사철이 아니었는데도 다른 지역으로 전보 조치됐다"고 했고, 후임자인 B 씨는 "해외 출장 중인 이 시장이 전화로 당장 친형을 입원시킬 것을 독촉해 구급차를 타고 출발했지만 부담을 느껴 돌아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재선 씨의 딸 이씨는 "해당 전문의의 병원에 분당보건소장과 (이재명의) C모 비서가 공무원들의 진술서와 이재선의 민원 글들을 직접 들고 의견서 소견을 받으러 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 지사는 1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2012년 검찰은 형님의 어머니 폭행상해, 어머니집 방화협박 사건에 정신병이 의심된다며 '정신감정조건부 기소중지'를 했고 이 때문에 형님이 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는데, 2019년의 검찰은 형님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이재선 씨의 부인인 박인복 씨는 지난 1월 16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검찰이 2012년에 이런 결정을 내렸던 배경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박 씨는 "2010년 7월 15일에 있었던 일(이재선 씨와 다섯째 동생이 이재명의 어머니 집에서 싸웠던 사건)에 대해 경찰에다가 진술을 할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어머니, 다섯째 시동생, 시누이 등이 모두 '우리 신랑이 정신적인 이상이 있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진술을 했기 때문에 검찰에서도 '이런 진술이 나온 이상 어쩔 수 없다'며 이재선 씨에게 '정신감정을 받아볼수 밖에 없겠다'라는 의견서를 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신랑도 형제자매들이 그렇게 얘기를 하면 그렇지 않다는 방어차원에서라도 '그럼 내가 정신감정 받고 그 결과를 갖고 오겠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검찰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 사건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사건의 결말은, 이재명 지사가 평소에 그토록 강조했던대로 '사필귀정'으로 귀결돼야만 그것이 사회정의에 부합되는 결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