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2.19 15:22

황반변성·심부전에 이어 척수손상 임상시험 허가
iPS세포 상용화 임박 판단아래 산학협력 활발

iPS세포를 이용한 척수손상 환자 치료 개념도(이미지:케이오대학 보도자료)
iPS세포를 이용한 척수손상 환자 치료 개념도(이미지:케이오대학 보도자료)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18일, 일본 케이오(慶応義塾)대학이 신청한 ‘iPS세포(다기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수손상 임상시험’에 대해 후생노동성의 허가가 떨어지자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바이오 기업들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의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경제신문은 후생노동성의 임상허가 소식과 함께 이 같은 산업계의 움직임을 19일자로 소개했다.

iPS세포를 이용한 재생치료가 대중화되면 대두되는 문제가 비용과 세포의 대량 공급이다. 지금은 iPS세포 공급을 대학이 맡고 있어 거의 수작업에 의존한다. 이는 고비용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고품질의 값싼 세포를 양산하는 기술과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기업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세포 공급을 맡고 있는 쿄토(京都)대학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弥)교수 역시 비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다. 현재 iPS세포 생산과 품질검사 등에 수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야마나카 소장은 2025년까지 환자 개개인의 세포로부터 얻는 방식의 iPS세포 제작기술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약 1000만원대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제조기간도 현재의 1년에서 몇 주로 단축할 수 있다. 치료는 빠를수록 효과가 좋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다.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선 대량의 세포생산도 필요하다. 개인당 수백만에서 수천만, 많게는 1억개까지 세포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

일본의 바이오업계도 이러한 대학의 목소리에 호응하고 있다. 대일본스미토모 제약은 이미 2018년 세포를 전용으로 양산·가공하는 시설을 완공했다. iPS세포를 만드는 상용화 생산시설로는 세계 최초다. 외부에서 공급받은 iPS세포를 배양해 원하는 치료목적의 세포를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향후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케이오의대와 협력할 생각이다.

니콘은 해외 기업과 손을 잡았다. 세포배양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스위스의 론더 회사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세포 양산을 위한 전용시설을 만들었다. 세포는 종류가 같다고 해도 성질이 달라 안정된 생산이 어렵다. 이에 따라 배양기술의 전문성을 가진 해외 기업과의 협력을 택했다는 것이다.

히타치제작소는 그룹차원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히타치는 세균의 혼입을 막으면서 자동 배양하는 장치를 만들기 위해 200억원을 투자해 수탁 제조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바이오산업은 산·학·연의 끈끈한 연계가 강점이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연구에서는 세계를 선도했지만 산업화는 항상 뒤쳐졌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동안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일본의 척수손상 환자는 10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교통사고, 스노보드나 유도 등 거친 운동 등으로 매년 5000여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30세 이하라는 것이다. 딱히 치료방법이 없으니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다.

척수손상은 운동기능 뿐 아니라 자율신경 기능도 약해져 혈압이나 체온조절도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신기술이 정착되면 일본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의료에선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일본의 재생의료는 10여 년 전 쿄토대학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사람의 iPS세포 제작에 성공하면서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후 2014년 3대실명의 하나인 황반변성 환자(이화학연구소)를 시작으로, 2018년 심부전 환자(오사카대학), 혈소판감소증 환자(쿄토대학)에 대한 임상시험이 정부로부터 임상허가를 받았다. 현재 각막 재생에 대한 임상시험도 심의 중이고, 교토대학은 파킨슨병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바야흐로 10년 만에 iPS세포를 이용한 재생의료의 꽃을 피우는 것이다.

일본이 미래의 먹을거리인 바이오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지 iPS세포의 상용화에 성공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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