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02.19 18:28

경사노위,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 통해 도입…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의무화
사용자는 임금저하 방지 위한 보전수당·할증 등 방안 마련해 고용부에 신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왼쪽부터)이
19일 서울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무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합의문이 발표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사노위 홈페이지)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문성현)가 19일 노·사·정 간 막판 조율을 통해 탄력근로제 적용 단위기간을 기존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탄력근로제란 일정 단위 기간 내에서 일감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노동시간은 그만큼 줄이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2주 이내 혹은 3개월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경사노위는 이날 노동자의 임금 보전과 건강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함께 합의했다.  

노사정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최장 6개월로 연장하기로 한 것은 2003년 단위 기간을 최장 3개월로 확대한 지 16년 만이다. 이처럼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지난해 7월 주 52시간 노동시간 적용이후 사용자측 고충을 덜어주기위해 탄력근로제를 확대실시할 수 있는 관련 법 개정 작업이 동력을 얻게 됐다.

경사노위는 이날 오후 5시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9차 전체회의를 갖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제도 개선 관련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이 위원회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연착륙 과정에서 경영계가 어려움을 호소하자 지난 해 12월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부터 개선방안 마련을 요청받아 발족했다. 그간 위원회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와 제도 도입 시 요건 완화 그리고 노동자의 건강권과 오남용 방지를 위한 임금보전 방안 등을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위원회는 그동안 9차례 전체회의 등 각급 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했고, 특히 합의 막판과정에서 노사정 부대표급 이상이 참여하는 고위급 협의 틀까지 가동한 끝에 노사정 주체가 각각 양보하는 결단을 통해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철수 위원장은 전체회의 직후 브리핑을 갖고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최대 6개월로 한다”며 “이번 합의는 경사노위의 공식 출범 이후 첫 합의”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에 대해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함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따르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는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자는 임금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 할증 등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이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경사노위는 다만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한 경우는 예외로 두기로 했다.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과 관련,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경사노위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도입하기로 했다”며 “이 경우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해서는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사전에 확정하는 데 애로가 있음을 고려해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하고 최소 2주 전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노동자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서면합의 시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천재지변, 기계고장, 업무량 급증 등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정해진 단위기간 내 1주 평균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며 “다만 이 경우에도 사전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노동자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의 도입과 운영 실태를 향후 3년간 면밀히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파악하며 제도운영에 관한 상담 및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에 전담기구를 설치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방안은 주 최대 52시간 시행에 맞춰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와 관련, 이 위원장은 “노사가 국민 모두의 염원인 합의를 위해 의미 있는 결단을 내려준 데 대해 매우 감사하다”며 “이번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여 국회가 입법과정에 잘 반영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사회적 대화가 사회적 갈등과 시대적 과제를 해소하는 우리 사회의 ‘발전공식’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6개월 확대라는 가보지 않은 길에 합의했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서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이번 사회적 대타협은 이 한 건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고 여러가지 노사문제 하나하나 타협으로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번 합의는 우리나라 사회적 대화에서는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이런 구체적인 수준에 노사가 합의한 사례는 드물 것”이라며 “많이 고생하고 어려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탄력근로제 관련 이번 합의 사안을 본위원회를 거쳐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회는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법 개정 논의에서 노동시간 개선위의 합의 결과를 참고한다.

이에앞서 지난 18일 협의 종료 시한을 하루 더 연장했던 경사노위는 이날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고용노동부 차관 등 노·사·정 대표가 참여해 마라톤 회의를 이어왔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공식적 출범 이후 첫 합의이자,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에 대한 노사간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했던 만큼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결단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사정 합의문 전문이다.

노사정은 주 최대 52시간 제도의 현장 안착을 위해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1.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한다.

2.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으로 우려되는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함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른다.

아울러 노사정은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3.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도입한다. 이 경우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해서는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사전에 확정하는데 애로가 있음을 고려해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하고 최소 2주 전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노동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다만 서면합의 시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천재지변, 기계고장, 업무량 급증 등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정해진 단위기간 내 1주 평균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사전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노동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4.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자는 임금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 할증 등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만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5. 위 2부터 5까지의 내용은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에 있어 그 단위기간 전체에 대해 적용한다.

6. 위의 사항들은 주 최대 52시간제 시행에 맞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7. 정부는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과 운영 실태를 향후 3년간 면밀히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파악하며 제도 운영에 관한 상담 및 지원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에 전담기구를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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