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02.20 00:20

중기중앙회 "일부 기업 성수기 연속기간 5.6개월…6개월로는 부족"
민노총 "노동시간 확정을 노동일 아닌 주별로 늘린 점이 가장 심각"

(사진=YTN 뉴스 갈무리)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19일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최장 6개월로 연장한 것에 대해 산업계는 다소 아쉽지만 환영한다며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반면 경사노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노동자 노동주도권 팔아넘긴 한국노총, 경총, 정부 간 탄력근로제 개악 야합"이라고 반발하며 3월 6일로 예정된 총파업 투쟁 강행 방침을 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사회적 합의를 이뤄 기업들이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점은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번 합의와 같이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산적한 노동현안에 대해서도 잘 풀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경총은 "탄력근로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번 논의에서 제외된 선택적 근로시간제 역시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함께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높다"며 "향후 국회에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뿐만 아니라 한시적 인가연장근로 허용범위 확대, 특례업종 재조정, 고소득·전문직 이그젬션 등 기타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 방안이 함께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앞으로 국회에서 노사정 합의를 존중해 조속히 후속입법 조치를 완료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간 '단위기간 1년 확대'를 요구해온 중소벤처기업계는 경총에 비해 불만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에서  "내용은 다소 아쉽지만 이제라도 합의문이 나온 점은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거쳐 하루속히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흡한 점과 관련, 중기중앙회는 "성수기가 있는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평균 성수기 연속기간이 5.6개월에 이르고 있어, 6개월의 단위기간으로는 여전히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에서 주 40시간제를 도입하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최대 1년으로 늘린 이유도 모든 사업장에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특히 어려운 기업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는 제도 시행 전에 6개월의 근무시간표를 모두 짜도록 한 것이 개선되지 못한 점도 아쉬워했다. 중앙회는 "도입시 기본계획을 합의한 후, 세부 근로스케줄은 월 단위, 주 단위로 협의할 수 있도록 해야 경영환경이 유동적이고 노무관리 전문성도 약한 중소기업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며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근로시간 유연화와 관련된 추가 입법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는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더라도 바뀐 제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국회가 기업 현실을 신중히 살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입법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이번 합의로 탄력근로기간을 3개월 연장하게 된 건 그나마 다행이나 대규모 건설공사는 날씨 등 여러 변수들이 많아 1년까지 확대돼야 안전시공 등이 보장될 수 있다"며 "해외 주요 나라들이 탄력근로기간을 1년 단위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근로시간을 단축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주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탄력근로시간제 최대 단위기간이 선진국의 1년 보다 짧은 6개월로 연장되면서 기업애로 해소 효과가 반감되는 문제는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가 각자의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해 노사현안에 대해 합의를 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 합의로 경영계가 6개월 단위로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면서 3개월은 주당 노동시간을 64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 만성과로 인정기준인 12주 연속 60시간을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되었음을 문제삼았다. 특히 민주노총은 "이미 기간확대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합의를 압박하고 강요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노사정 야합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대화와 설득으로는 결코 합의할 수 없었던 정부, 경총, 한국노총이 결국은 야합을 선택했다. 오늘 경사노위 노사정 ‘대표자’의 탄력적근로시간제 관련 합의는 노동시간을 놓고 유연성은 대폭 늘렸고, 임금보전은 불분명하며, 주도권은 사용자에게 넘겨버린 명백한 개악"이라고 비난했다.

민노총은 "무엇보다 심각한 개악은 노동시간 확정을 노동일이 아닌 주별로 늘린 점"이라며 "현재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3개월 이내 단위기간 노동일과 그 노동일별 노동시간을 정해야 하나, 이번 야합에서는 단위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는 것에 더해 ‘근로일’이 아니라, ‘주별’로 노동시간을 정하도록 바꿔버렸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이어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업무량 급증’ 등 핑계를 댄다면 근로자 대표와 ‘협의’, 즉 공문 한 장으로 주별 노동시간을 변경할 수도 있도록 열어 놨다"며 "탄력근로 단위기간 연장에 주별로 노동시간을 정하고, 그나마 주별 노동시간도 사용자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게 돼, 노동자가 쥐고 있어야할 노동시간 주도권을 사용자에게 넘겨주는 어이없는 내용이 됐다"고 질타했다.

임금보전 방안과 관련, 민주노총은 "구체 내용과 기준이 불분명해 사용자가 대충 만들어도 되는데다, 설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지 않더라도 과태료만 물면 된다"며 "이 정도라면 실질 강제력이 없을뿐더러, 사용자가 특별히 부담으로 느끼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이번 야합으로 사용자단체는 △단위기간 확대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함 △실질 강제력 없는 임금보전 방안 등 원하는 내용 대부분을 얻어낸 대신, 노동자는 건강권과 자기주도적인 노동, 임금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민노총은 "현재 2,100시간대인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OECD 평균인 1,700시간대로 진입하기 이전에는 논의 자체가 어불성설인데도, 정부는 사용자 민원을 받아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상한제의 엄격한 법 적용은커녕 탄력근로제 개악 시도로 오히려 무력화시키려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민노총은 "강력한 항의와 분노를 담아 20일 전국 확대간부 상경 결의대회를 개최한다"며 "나아가 다음달 6일로 예정한 총파업‧총력투쟁을 보다 강력하게 조직해 탄력근로제 개악 야합을 산산히 분쇄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