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2.20 18:31

고대의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김창덕 교수

김창덕 교수
김창덕 교수

쓸개(담낭)가 없어도 살 수 있을까.

쓸개즙(담즙)은 간에서 하루에 1.5L나 만들어져 쓸개에 농축돼 저장된다. 이 쓸개즙은 주로 육류를 소화시키는데 필요하지만 없어도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그래서 ‘쓸개 빠진 놈’이라는 말이 나왔을 수도 있다. 소화가 안돼 불편은 하지만 모자란 대로 살아가는 것을 뜻하는 것일 게다.

그런데 쓸개 뿐 아니라 쓸개즙이 통과하는 담도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담낭과 담도에 생기는 암은 전체 암의 2.9%나 된다고 한다. 발생률로 보면 여덟 번째로 높다.

의술의 발달로 담낭·담도암의 5년 생존율이 향상되고는 있다. 하지만 다른 암에 비해면 아직도 무척 낮은 편이다. 5년 생존율이 폐암과 비슷한 30% 수준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빨리 진단해 치료를 받는 것이 정답이다. 증상은 얼굴이나 눈이 노란빛을 띠는 것이다. 소화기관으로 들어가야 할 담즙이 암덩어리로 막혀 혈액 내에 흘러들어와 황달을 나타낸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암세포가 상당히 진행한 뒤라고 보면 된다.

담낭·담도암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규명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역시 염증설이 유력하다. 담석이 반복적으로 생기거나, 간디스토마와 같은 간흡충 감염,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C형 감염, 궤양성 대장염, 담낭용종, 흡연 등에 의해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기다보면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담낭·담도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암이 진행되면서 상복부와 오른쪽 늑골 아래에 둔탁한 통증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또 체중이 감소하고 피로감을 느낀다.

담낭암 환자의 30% 정도에서 담석을 동반한다. 담석이 담도를 막거나 암덩어리가 담도를 눌러 황달이 나타난다. 소화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니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이 나타날 수 있다. 구역질, 구토, 상복부 통증, 황달, 복부종괴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간 손상으로 간기능이 저하될 수도 있다.

초기 검사방법으로 혈청 종양표지자(CA19-9) 검사가 있지만 다른 소화기계 암에서도 상승할 수 있다. 따라서 초음파검사와 CT(컴퓨터단층촬영)를 이용해 암덩어리를 찾아낸다.

다른 암은 조직검사를 해서 확진하지만 담낭암은 조직검사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담낭암이 의심되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 수술에 들어가기도 한다.

수술을 권하는 경우는 50%정도다. 증상이 명확하지 않고 발견이 쉽지 않아 진단이 늦기 때문이다. 이밖에 항암요법이나 방사선치료, 광역동 치료 등 환자의 병기에 따라 선택해 치료한다.

무엇보다 담낭·담도암은 예방과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담석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사람은 유의해야 한다. 담석에 의한 반복적인 염증 발생이 위험요인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담낭을 미리 떼어내기도 한다.

이밖에도 적절한 체중유지, 금연과 절주, 복부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정기검진 등 예방활동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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