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2.20 19:00
손재성 UNIST 교수 연구팀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방 안에 켜진 형광등, 100m 달리기를 마친 사람의 몸, 따뜻한 커피가 담긴 머그잔 등에 있는 열을 전기로 바꿀 ‘열전 기술’에 기여할 소재가 개발됐다.
재료를 얇게 만들어 구부러진 표면에도 붙일 수 있는데다 성능까지 높여 크게 주목받고 있다.
손재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의 교수팀은 신호선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박사팀과 공동으로 ‘주석-셀레나이드’의 결정 구조를 나란히 정렬해 고효율 초박막 열전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한 공정은 ‘재료를 용액에 녹여 열전 잉크로 합성한 뒤 가열하는 방식’이라 손쉽고 저렴하다.
제작된 소재의 성능은 기존 덩어리 형태의 열전소재에 뒤지지 않았으며, 공정 자체도 간단해 다양한 분야로 응용할 잠재성이 크다.
열전소재는 소재 양쪽에서 나타나는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 물질이다.
열전발전기를 만들고 자동차나 선박의 엔진 등에 부착하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열전발전기의 구조나 원리는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성능을 더 높이려면 더 좋은 열전소재를 개발해야 했다.
2014년 처음 보고된 주석-셀레나이드는 성능 면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촉망받는 열전소재다. 하지만 이 물질의 결정 구조를 제어하기 어려워 기대만큼 우수한 열전 효율을 보이진 못했다.
허승회 UNIST 신소재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주석-셀레나이드는 종이가 층층이 쌓인 책처럼 독특한 층상형 결정구조를 가지며, 이 구조가 나란한 단결정에서 열전효과가 나타난다”며 “종이가 구겨지면 책을 깨끗하게 인쇄할 수 없는 것처럼 다결정 구조에선 높은 열전효율을 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주석-셀레나이드를 특정한 방향으로 성장시킬 2단계 공정을 개발했다.
1단계 공정에서는 ‘주석-다이셀레나이드’ 박막을 만들고, 2단계 공정에서 열처리해 ‘주석-셀레나이드’ 박막을 만드는 방식이다. 주석-다이셀레나이드가 특정한 방향으로 잘 성장하는 원소의 일종이라는 점에 주목해 새로운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조승기 UNIST 신소재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주석-다이셀레나이드를 가열하면 셀레늄 원자가 증발하며 주석-셀레나이드가 된다”며 “형성된 주석-다이셀레나이드 결정이 이정표가 되기 때문에 주석-셀레나이드 결정 구조도 가지런하게 정렬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제작된 주석-셀레나이드 박막은 기존 연구에 비해 전기적 특성이 10배 이상 우수했다.
단결정으로 성장시킨 덩어리 형태의 주석-셀레나이드 소재와 견줄 정도로 높은 성능을 보였다.
손재성 교수는 “원재료에 상당한 고온과 고압을 가하는 기존 방법은 생산비가 비쌀 뿐 아니라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성장시키기 어려워 성능 확보가 어려웠다”며 “이번 기술은 간편하고 효율적일 뿐 아니라 주석-셀레나이드의 결정 방향까지 제어할 수 있어 향후 폭넓게 응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저차원 소재게놈 제어평가기술 개발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도전형소재기술개발프로그램 및 신진연구자사업을 통해 이뤄지고 이원보 서울대 교수, 강전연 기계연 부설 재료연 박사, 박노진 금오공대 교수, 장재영 한양대 교수팀이 참가한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0일 온라인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