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2.21 18:28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미국 지방채에 투자했다가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라는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2007년 500개 미국 지방채를 약 78억달러에 사들였다.

여기에는 캘리포니아주의 학교들, 푸에르토리코의 공공기관, 뉴저지 교통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등에서 발행된 채권들이 포함됐다. 도이체방크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비해 채권보증회사인 ‘모노라인’들과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지방채 발행기관들과 모노라인들이 채무상환 의무를 이행할 수 있을지 우려감이 커졌다.

도이체방크는 2008년 3월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험에 추가로 가입했다. 버크셔가 신용부도스와프(CDS)까지 섞인 복잡한 파생상품 원금을 보증해 주고, 도이체방크는 그 대가로 1억4000만달러를 지불한 것이다.

하지만 지방채 투자 손실을 막을 수 없었다.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도이체방크는 2011년 말 1억1500만달러가 약간 넘는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마련했다.

수개월 후 도이체방크 회계감사법인인 KPMG가 대손충당금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은행은 백서를 발행해 KPMG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수개월도 안 돼 은행 내부에서 투자손실 규모를 놓고 수년 간의 논쟁이 시작됐다. 도이체방크는 결국 16억달러의 손실을 인식하면서 채권을 매각하고 버크셔와 보험 계약을 해지했다.

16억달러의 손실은 2018년 도이체방크 전체 순이익의 4배에 달한 규모다.

지난 10년간 은행업계가 단일 거래에서 기록한 가장 큰 손실 중 하나다. 이 여파로 도이체방크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에 빠졌다.

WSJ은 "도이체방크는 투자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동안 투자자에겐 자산이 건전하게 운용되고 있다고 감추기에 급급했다"며 "채권 손실액은 공개하지 않은 채 수십억달러의 유상증자를 시행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도 이익 감소, 돈세탁·불완전 판매 등 위법행위에 따른 처벌, 투자자들의 불신 등으로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