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3.03 07:00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 원성훈 기자)
임종석(왼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2020년 4월 15일에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어떤 정치인이 정치적으로 부상하거나 몰락하게 될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유효하다면 이런 방법으로 향후 떠오를 스타와 몰락할 인물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1대 국회 입성을 통해 '대권가도'로 달려가려는 '잠룡'으로 평가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 동작을 출마설' 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의 승부 가능성을 짚어봤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위기 요소가 무엇인지도 분석했다. 이밖에도 '서울 영등포을 출마'가 점쳐지는 김민석 민주연구원장과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동향도 추적했다.

◇ 임종석, '나경원'을 넘어설 수 있을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마할 곳으로 관측되는 서울 동작을 지역의 현역 의원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높은 인지도와 현직 원내대표라는 중량감에 더해 동작을 지역에서 지역구 관리도 비교적 잘해왔다는 평이다. 이에 비해 임 전 실장은 인지도 측면에서는 나 원내대표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지만 지역 연고 문제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임 전 실장은 16, 17대 총선에서 서울 성동을 지역으로 출마해 당선됐을 뿐 동작을 지역과는 특별한 연고가 없다는 것이 핸디캡이라는 평가다.

이런 까닭에 나 원내대표와 임 전 실장의 빅매치가 성사될 경우, 임 전 실장이 나 원내대표를 넘어서기는 다소 버거워 보인다는 시각이 적잖다. 물론, 임 전 실장이 서울 '동작을'보다는 상대적으로 홈 코트라고 볼 수 있는 '성동을'로 나온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는 차기 대선을 향해 나가는 '모멘텀'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맹점이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월 7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월 7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 위기의 오세훈·이언주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섰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결국 2위라는 성적에 그쳤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 전 시장은 정치적 생명력에 치명타를 입게됐다는 분석이다. 그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인한 서울시장 사퇴 이후 8년여 간의 정치적 공백을 메우고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위해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어야만 했다는 얘기다. 그가 당대표로 선출됐다면 이를 바탕으로 21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당선이란 확실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그가 총선에 출마할 예정지역으로 서울 광진을 지역을 꼽아왔다. 이 지역은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결국, 추미애 전 대표와의 한판승부를 벌일 동력이 크게 저하됐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광진을 지역 정가의 주요 인사로 꼽히는 A씨는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가 지역구 관리를 잘한 편이어서 다른 당에서 그 누가 이 지역에서 출마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지가 좋고 지역구 관리를 잘 해온 거물급 인사가 아니고서는 추미애 전 대표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상태에서의 오 전 서울시장의 정치적 입지로는 21대 국회 입성이 힘겨워 보인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간 의욕적으로 '신보수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의 경우도 21대 국회 입성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는 의견이 적잖다. 앞서 지난해 11월 13일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부산 중구·영도구 출마설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날 "당협위원장이 공석이나 사무실을 유지하면서 후임자가 나올때 까지 그 직을 충실히 하고 있다"며 "뜻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상의하면 잘 도와줄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 좋은 분 있다면 지역구를 물려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난 지방선거 이후 다음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당협위원장도 사퇴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언급은 부산 영도 출신인 이언주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 지역구인 부산 중구·영도구에 한국당 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런 관측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그러나 이언주 의원이 설령 당적을 옮겨 부산 중구·영도구에 한국당 후보로 출마하더라도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정치인들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 상태다. 한 선거 전문가는 "김무성 의원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시 상대진영인 김비오 후보를 55.8% 대 40.74%로 누르고 당선되기는 했지만 당시 김 의원과 김비오 후보의 중량감 격차를 생각해본다면 큰 격차로 따돌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상태에서 김무성 의원만큼의 인지도나 중량감도 없는 이언주 의원이 이 지역에서 한국당 후보로 나온다면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의 21대 총선 전망이 썩 밝아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정가의 분위기다.

◇ 김민석은 영등포로, 신경민은 전주로?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의 최근 행보가 주목된다. 김 연구원장이 서울 영등포 지역민심을 파고 드는 모양새가 심상찮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지난 2월 1일 설연휴를 며칠 앞두고 영등포구 구립행복경로당을 찾아 떡국봉사와 함께 지역 어른들에게 설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어른들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경로당의 환경과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를 들은뒤 "이런 문제들이 잘 해결돼서 어른들이 이용하는 공간활용이 편리하게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도 "김 연구원장이 영등포 지역에서 영등포구청장 및 지역 시의원들과 함께 이곳 저곳을 방문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는 목격담이 들려온다.

지역정가에서는 김 연구원장의 영등포 지역에서의 21대 총선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내부 분위기를 잘 아는 한 인사는 "김 연구원장이 대학 과 선배인 신경민 의원과 모종의 교통정리가 사전에 있지 않았겠느냐"며 "김 연구원장이 '영등포을'로 출마하고 신경민 의원은 전북 전주로 내려가 과 선배이자 MBC 선배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일전을 겨룰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2월 26일 창원 성산구의 K카페에서 창원 성산구 지역 학부모들과 "학부모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함께 하는 차수다"를 열어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제공= 이정미 의원실)
이정미(앞줄 왼쪽 세 번째) 정의당 대표가 지난 2월 26일 창원 성산구의 K카페에서 창원 성산구 지역 학부모들과 '학부모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함께 하는 차 수다'를 나눈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 이정미 의원실)

◇ 이정미, 인천 송도 출마 행보 '가속화'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최근 행보도 의미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당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에 정의당 고(故)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였던 경남 창원 성산과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 이외의 지역으로의 당세 확장에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 대표의 경남 창원에서의 행보는 다가온 4·3 창원 성산 보궐선거 대비를 위한 당대표로서의 역할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 창원의 정의당 후보자인 여영국 후보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인천 연수을 선거도 준비해야 하는 상태라서 요즘 매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천지역은 총 13개 선거구를 갖고 있다. 이중에서 더불어 민주당은 남동구 갑·을은 맹성규·윤관석, 부평을은 홍영표, 계양구 갑·을에는 유동수·송영길, 서구을은 신동근, 연수갑은 박찬대 의원이 각각 차지하고 있다. 총 7석이다. 자유한국당은 중·동구·옹진·강화의 안상수, 미추홀 갑·을에는 홍일표·윤상현, 연수을은 민경욱, 부평갑에는 정유섭, 서구 갑에는 이학재 의원이 금배지를 달고 있다. 총 6명이다. 거대 여야의 의석 수 분포에서 보듯이 인천은 보수와 진보세력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다.

이런 가운데,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자리잡고 있는 연수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미 2017년 4월 3일, 이정미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례로 국회의원이 되고 10개월, 제가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지역구 빨리 정해서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였다"며 "인천 연수을로 (도전지역을)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뛴다. 민경욱 의원과 제대로 겨뤄보겠다. 응원해달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 대표는 인천 인성여고를 졸업한 후,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다가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참여했던 만큼 '지역 연고'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당선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만만찮다는 점이다. 인천 송도지역의 한 기초의원은 "송도가 포함된 연수을 지역은 대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이 거주하는 곳이라서 이 대표의 당선이 쉬워보이지는 않는다"고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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