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2.24 06:05

日편의점 '세븐뱅크', 매장 ATM 설치 등으로 금융편의 높여
"ICT 이외 다른 산업도 참여해야 '메기효과' 나타날 수 있어"

(사진=세븐뱅크)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이 설립한 '세븐뱅크'는 세븐일레븐 전국 매장에 자동화금융기기(ATM)를 설치, 접근성을 높여 점포 없는 인터넷은행의 단점을 보완했다. (사진=세븐뱅크)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KB·우리·농협·신한·하나 등 5대 금융그룹이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 중이거나 설립에 도전하고 있다. 일제히 혁신적인 정보통신기술(ICT)업체를 사업운영자로 내세우고 있지만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면 ICT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4일 경영학계에 따르면 자금력이 탄탄한 금융그룹과 혁신 ICT기업이 제휴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유통 등 산업계의 참여가 없어 제 3·4 인터넷은행이 설립되더라도 이른바 ‘메기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경영학 교수는 “국내에서 일반적인 ‘ICT기업+시중은행’ 조합의 인터넷은행 설립은 사실상 금융권에서 추진하는 디지털뱅킹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현 상황은 유럽의 인터넷은행처럼 청년층과 얼리어답터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채널을 확대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해외 인터넷은행의 혁신사례로 옆 나라 일본을 들었다.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이 설립한 세븐은행은 세븐일레븐의 전국 매장에 자동화금융기기(ATM)를 2만 여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대면영업 채널이 없는 인터넷은행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통의 장점을 살린 셈이다. 특히 일본 내 전체 결제에서 현금비중이 8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편의점을 활용한 ATM 확대는 고객의 금융편의를 확대할 뿐아니라 고객 확대를 노리는 인터넷은행에게도 유리한 사업이다.

또한 이 같은 전략은 최근 5년간 없어진 국내은행 대면점포가 900개에 육박하고 회수된 ATM 수가 1만개 이상인 상황에서 혁신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업종 주주가 있는 인터넷은행이 라쿠텐뱅크처럼 ATM기를 전 매장에 설치하고 낮은 수수료 혹은 무료에 금융서비스를 지원한다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모바일 송금 수수료를 무료로 한 것 이상의 금융권 변화로 이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단순히 비대면, 혁신기술이라는 키워드에 얽매여 ICT기업의 인터넷은행 참여만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내거나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ICT이외의 산업계가 금융과 만나 생각하지 못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기존 산업들도 인터넷은행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은행이 이른바 재벌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율을 최대 10%로 제한한 점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단 정부가 마치 ICT업종만 인터넷은행에 참여할 수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문제이고 최대 지분 확대가 아닌 방법으로도 다른 산업이 인터넷은행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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