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3.02 07:00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사진= 원성훈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21대 총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당세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한반도 평화체제 실질적 구축, 남북경협 본격화 등을 통해 대북문제를 해결해가면서 민생경제 회복이란 가시적인 성과도 달성해야한다는 난제를 해결해야한다. 한국당은 당내 친박-비박 갈등을 봉합하고, 보수세력을 통합하며, 정권을 맡겨도 좋을만한 '수권세력의 면모'를 국민에게 보여줘야만 할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런 가운데 양 당의 위기요소에도 눈길이 간다. 공식적인 통계자료를 통한 분석으로 양당의 위기요소를 진단했다.

◇ 민주당 '대북성과·민생경제', 한국당 '내분 가능성'이 약한 고리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전망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성공과 불가분의 관계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치중해 온 대북정책 및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의 큰 방향이 좋은 성적을 올렸을 경우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총선승리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측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민생경제보다 대북정책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음을 밝혀주는 연구결과가 눈에 띈다. 자유한국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은 지난해 11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보다 북한이 먼저다"라며 문 대통령 취임 후 발언과 글을 조사,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여의도연구원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 연설문과 청와대 브리핑을 전수조사한 결과, "'우리', '국민' 등 관용어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평화(1580건), 북한(1453건)이었다"며 "상위 25개 단어 중 20%가 남북문제 관련 단어였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2017년 5월 11일부터 지난해 9월 11일까지 문 대통령의 공식 연설문 1186건과 청와대 브리핑 267건 등 총 1453건을 대상으로 키워드 5508개를 추출 분석한 것이다.

여의도연구원은 "'일자리 정부'라던 문 대통령의 말 속엔 일자리가 없었다"며 "'일자리' 언급량은 총 528건으로 종합순위 73위에 불과한 반면, 주요 대북정책 관련 단어는 상위 25위 이내 언급량만 합쳐도 5795회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여의도연구원은 또 "문 대통령은 경제도 북한문제로 접근했다"며 "연관어 클라우드 분석 결과, 경제 연관어에서도 '북한', '한반도', '중국'이 '일자리', '기업', '투자'보다 높은 연관도를 보였다"고 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은 "엄중한 경제 상황에도 문 대통령은 오로지 북한만 바라보고 있다"며 "이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학적이고 계량화된 수치로 증명했다"고 일갈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부는 대북문제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대북문제에서 뭔가 가시화된 성과를 반드시 보여줘야하는데 그것도 투명하지 않은 상태로 읽혀진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정상회담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끝난데다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중재자의 면모'를 드러낼 틈새조차 찾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생경제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2월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의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5.47배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소득 하위 20% 계층이 한 달 평균 124만 원을 벌어 1년 전보다 17.7%나 감소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더군다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음식·숙박업과 도·소매 판매업 등 최저임금 인상 취약업종에서만 약 19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2분위에 속해있던 자영업자 중 상황이 어려운 사람들이 1분위로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일자리를 잃으니 당연히 소득이 줄어든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2월 22일 국회에서 개최한 최고위원회의에서 "2년간 54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쓰고도 실업자는 122만 명이 되었고 소득 양극화는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을 기록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이제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의 상황이 이처럼 안 좋다고 해서 한국당이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 견해가 강하다. 이는 지난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직전의 분열상에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한국당은 2차 북미회담의 일정과 겹치는 한국당 전당대회 일정 조정 문제로 애초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려 했던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홍준표 후보(가나다 順)가 전당대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신임 당대표로 황교안 전 총리가 당선됐지만, 이로 인해 한국당의 내홍은 오히려 이제 시작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에 더해 '지역의 기득권 세력이라고 평가되는 현역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그 어떤 가시적인 움직임도 한국당에선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잖다. 한국당이 개혁적 보수세력이자 믿음직한 수권세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참신한 정치 신인들을 대폭 공천해서 인적청산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이를 위한 별다른 노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것이 한국당의 약한 고리다.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취약점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양당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런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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