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3.03 05:55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된 한 '5·18 계엄군 국가유공자'의 묘비. (사진제공= 송갑석 의원실)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된 한 '5·18 계엄군 국가유공자'의 묘비. (사진제공= 송갑석 의원실)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압을 위해 19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에 동참한 계엄군 73명의 국가유공자 지정에 대해 관련 국가기관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그들의 입장 표명은 어떤 것이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진단했다.

◆ 책임지지 않으려는 국가기관

지난해 11월 송갑석 의원의 5·18 계엄군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 요청과 관련해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 지정 담당자'는 "등록 당시에는 법령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고, 국방부에서 올린 자료를 근거로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며 "단,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이들의 사망 또는 부상에 관한 재심사 결과를 통보하면, 보훈심사위의 재심사를 거쳐 국가유공자 해당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한마디로 '5.18 계엄군 국가유공자 지정'의 책임이 국방부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가인권위나 국민권익위의 재심사 권고나 결정이 있는 경우에만 재심사가 가능하다"며 "국가인권위나 국민권익위의 5·18계엄군의 국가유공자에 대해 재심사 하도록 권고하는 경우 절차를 밟아 재심사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 역시 국가인권위나 국민권익위로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인권위나 국민권익위는 뉴스웍스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국방부가 직권으로 심사 가능한 사안'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표명했다. 자신들에게 넘어온 공을 국방부 쪽으로 다시 돌리는 발언으로 읽혀진다.

국민권익위 측에서는 국가인권위와의 공통된 입장을 밝히면서도 "민원이 제기된다면 관련부처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보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또한, 국가인권위 측에선 "국방부가 위법한 사실 여부를 규명해 위법 사실이 있다면 직권으로 재지정 요청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진상조사 후 인권위에 재심 요청을 할 경우 검토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결론적으로, 국가보훈처는 국방부에, 국방부는 국가인권위나 국민권익위에, 국가인권위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각각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이해되는 대목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오인사격으로 부상당한 일부 계엄군들이 "시민군들의 기습을 받아 부상당했다"고 조작했다는 내용의 MBC 뉴스데스크 방송이 올해 1월 4일에 송출됐다. (사진제공= 송갑석 의원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오인사격으로 부상당한 일부 계엄군들이 "시민군들의 기습을 받아 부상당했다"고 조작했다는 내용이 1월 4일 MBC 뉴스데스크로 방송됐다. (사진제공= 송갑석 의원실)

◆ 계엄군 유공자 '왜곡 조작서류' 의혹

이런 가운데, 계엄군 유공자 '왜곡 조작서류' 의혹이 불거졌다. 조 모 대령(계엄군의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발포 시 부하들에게 실탄을 나눠줄 때 11공수부대 출신)의 국가유공자 심사서류 문제다. 당시 군사정부가 계엄군 출신의 유공자 신청자들을 심사하면서 왜곡 조작을 검증하지 않았거나 눈감아준 의혹이 제기된다.

1981년 육군참모총장 명의 문서에 광주 소요사태 진압시 폭도의 기습으로 부상을 입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서류(국가보훈처로부터 받은 조 모 대령의 전상확인서)가 인정되면서 조 대령은 국가유공자가 됐다.

보안사 문서를 보면 사안이 심각해진다. 조 대령이 "폭도의 기습을 받았다"고 주장한 80년 5월 24일은 11공수부대와 보병학도 사이의 오인사격으로 9명이 사망하고 43명이 부상을 입은 날이다. 조 대령도 1994년 5·18 사건 검사조서에서 말하길 "오른 팔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고 진술했다. 즉, 폭도에 의해 부상을 입었다는 유공자 심사서류와는 달리 아군과의 오인사격으로 부상당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같은 부대 소속 김 모 소령 등도 같은 내용의 서류를 제출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오인사격으로 부상당한 다른 일부 계엄군들도 "기습받아 부상당했다"고 조작해 유공자가 됐다.

노영기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전 조사관은 올해 1월 19일 MBC 뉴스데스크의 '5·18 유공자 서류 조작 관련' 방송에서 "사실 자체를 왜곡해야만 그 이후에 여러 가지 행정적인 절차를 간소화시킬 수도 있고, 그 이후에 나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덮을 수 있기 때문에..."라고 발언했다. 결국, 최초 발포자부터 발포 책임이 있는 지휘부까지 '시민을 쏘고도 시민에게 죽거나 다쳤다'고 왜곡된 채 국가유공자로 지정됐고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는 것이다. 또한, 방송은 "5·18 계엄군 가운데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사람은 모두 73명으로 대다수가 아무런 심의를 거치지 않고 유공자로 지정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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