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2.11 16:23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더불어민주당 등이 개성공단 중단 조치가 법적 근거 없이 내려진 결정이라며 ‘법치주의 위반’을 지적하고 나서자 정부가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행정 작용"이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통치행위’ 개념을 논거로 내건 것으로 보인다. 

11일 민변은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민변은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헌법 76조 1항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행사하거나 혹은 통일부장관이 남북교류협력법 제17조 제4항이 보장하는 경협사업 ‘정지’ 처분을 내려야 하는데, 둘 다 절차를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긴급재정경제명령의 경우는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행사하도록 돼 있어 현재 국회가 임시회를 개최한 상황인만큼 적용이 불가능하고, 남북교류협력법상으로도 청문을 거치도록 돼 있기 때문에 10일 내려진 결정은 무효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이 같은 민변의 주장과 더민주의 ‘중단조치 무효’ 비판에 대해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공익 목적으로 행해진 행정적 행위”라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학계에서 흔히 말하는 ‘통치행위’ 개념과 유사하다. 통치행위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 사법부의 판단에서 제외되는 행정적 행위를 의미하며, 미국은 물론 영국·프랑스·독일 등 선진 법치주의 국가에서도 통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단, 어디까지 통치행위 범위를 인정할 것인지는 사안별로 기준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통치행위 개념을 인정받은 사례는 바로 남북정상회담이다.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당부를 심판하는 것은 사법권의 내재적·본질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따라서 민변과 더민주의 주장처럼 이번 개성공단 중단 조치가 법적 근거가 빈약하더라도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이번 조치에 대한 사법적 판단 자체를 자제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