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3.03 09:40

현대·기아차 1월 판매물량까지 소급적용…쌍용과 르노삼성, 한국GM은 2월부터 시행
롤스로이스,BMW, 볼보,한국닛산, 한국 토요타 등 적극 동참
권고 성향 강해 도입 미뤄도 제재나 처벌을 받지 않아 '외면'

롤스로이스의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CEO가 지난 20일 한국형 레몬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사진=손진석 기자)
롤스로이스의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CEO가 지난 20일 한국형 레몬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지난 1월부터 시행된 ‘한국형 레몬법’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 권익이 향상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자동차 업체들이 형식적인 동참만 할 것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으며, 한국형 레몬법에 강제조항이 없어 '반쪽짜리 제도'라는 의견도 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한국형 레몬법(자동차관리법 제 5장의 2)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단, 주행 거리 2만㎞ 초과하는 경우 기간이 지난 것으로 간주)에 중대하자의 경우 동일 증상 2회, 일반하자의 경우 동일 증상 3회 이상 수리 후 재발 시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자동차 구매자는 레몬법에 해당하는 조항이 포함된 서면계약을 체결하고, 하자가 발생할 경우 이 사실을 제작자 등에게 통보한 후 법규에 명시된 중재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 교환 환불 신청이 가능한 소비자 보호 프로그램이다.

국토교통부는 레몬법 시행 이후 저조한 참여에 지난 1월 25일 한국교통안전공단 회의실에서 자동차 브랜드 임원들이 참여한 ‘자동차 제작사 간담회’를 열고 한국형 레몬법에 대해 설명하는 등 업계의 동참을 유도했다.

간담회 이후 2월부터 국산차 브랜드들이 레몬법 도입을 결정했고, 현대차·기아차·쌍용차·르노삼성·한국 GM 등 국내 완성차 브랜드는 관련 제도를 지난 2월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입차는 브랜드 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며 현재 일부 업체만 동참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1월 판매 물량까지 소급해서 적용했고, 쌍용차와 르노삼성은 2월 신차 출고 물량부터 적용했다. 한국 GM은 제도 도입을 확정하고 관련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볼보 XC 90 (사진=볼보자동차)
볼보 XC 90 (사진=볼보자동차)

수입차 브랜드는 올해 초 볼보자동차만이 자동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도입을 확정하고, 관련 준비를 진행했다. 레몬법과 관련해 볼보자동차 관계자는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안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고객을 더 배려하고, 장기적으로 믿고 찾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롤스로이스의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CEO(최고경영자)가 ‘롤스로이스 서울 청담 부티크’ 개소식에서 “한국 시장 내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레몬법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으며, 뒤이어 21일에는 BMW코리아는 BMW와 MINI 브랜드 전체를 대상으로 올해 1월 이후 차량을 인수한 고객에게도 소급해 레몬법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레몬법 적용과 더불어 전국 공식 딜러사에 사전 경고 시스템(EWS)을 구축해 관련 교육을 완료했다”며 “이를 통해 차량 수리 횟수와 기간을 점검하는 등 체계적인 사후 관리 및 응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닛산 더 뉴 닛산 엑스트레일 (사진=한국닛산)
한국닛산 더 뉴 닛산 엑스트레일 (사진=한국닛산)

한국닛산도 지난달 28일 자동차 교환·환불제도(이하 한국형 레몬법)을 이달 1일부터 2019년 1월 1일 등록한 차량부터 소급 적용해 본격적으로 적용다고 밝혔다. 한국토요타도 이달부터 전격 도입을 결정하고 국토부에 관련 서류들을 제출했으며, 올 1월 이후 판매 차량을 대상으로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수입차 업체들…강제조항이 없어 도입여부 검토 중
지난해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내부적인 검토가 끝난 후 본격적인 도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아우디·폭스바겐 등 일부 수입차 브랜드들은 레몬법 도입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벤츠 S클래스(사진=메르세데스-벤츠)
벤츠 S클래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이는 제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볼보나 지난해 화재 결함으로 리콜 사태를 겪은 BMW가 레몬법 도입을 통한 제품 및 기업 이미지 개선을 노리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와 국내 소비자들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우디와 폭스바겐도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폭스바겐은 지난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시장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가 최근 신차 발표로 다소 회복된 상태에서 레몬법 도입을 서두르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캐딜락은 한국 GM의 결정을 따라갈 것으로 전망되며, FCA코리아는 수입자동차협회(KAIDA)를 통해 국토교통부에 서면 질의를 보낸 상태며, 푸조시트로엥은 본사에 한국형 레몬법 관련 도입에 대해 검토를 보냈으며, 이에 대한 결정이 확정되는 대로 도입을 하겠다고 밝혔다.

푸조 신형 508 세단 (사진=손진석 기자)
푸조 신형 508 세단 (사진=손진석 기자)

수입차 업계는 일부 부품의 경우 국내 조달까지 한 달이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수리기간이 30일을 넘을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소비자 환불 조항에 대해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포드 등 일부 브랜드들은 한국형 레몬법 도입 검토에 대한 질의에 답변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무늬만 레몬법?
우리나라는 그동안 자동차의 하자가 발생하면, 운전자 및 소유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하는 불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한국형 레몬법은 다소 발전된 법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역시나 입법 당시부터 무용론이 언급된 바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형 레몬법은 징벌적 배상이나 처벌 등의 내용이 미국보다 다소 빈약하고 강제성보다는 권고 성향이 강해 도입을 미루더라도 제재나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수입차 브랜드들의 외면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 법의 허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중재 결과는 강재성을 띄지만, 중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 ▲도출된 결과에 대한 당사자의 문제 제기 시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점 ▲하자 원인 규명을 출고 6개월 이내만 제조사가 책임지고 이후는 소비자가 증명 ▲교환환불 기간이 1년 ▲보상을 위해 소송을 진행해도 보상 범위가 신차 등록세와 번호판 대금만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제도가 실질적인 법적 효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상의 기준이 되는 결함 규정을 구체화하고, 제조사에 책임을 선제적으로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매년 신차 출고 후 하자 발생으로 교환 환불을 요청하는 건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실제 교환·환불은 4~5건만 배상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분야에서 아직도 많은 법적 부분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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