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6.02.11 17:56

일본 엔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아베 신조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경제정책을 가리키는 ‘아베노믹스’가 물러설 데 없는 궁지로 몰리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군국주의 향수를 자극하며 장기집권에 성공하고 있지만 경제처방은 최악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형국이다.

지난달 29일 사상처음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떨어뜨리며 엔화약세를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노림수를 던졌다. 그러나 주가는 폭락하고 엔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아베정권으로서는 이번 승부수가 수포로 돌아간다면 일본경제는 디플레이션이란 결정타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비등하고 있다.

 

일본 엔화는 11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된데 따라 초강세를 보였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이날 장중 112.54엔까지 떨어졌다. 달러∙엔 환율이 112엔대로 떨어진 것은 1년3개월 만이다.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지난달 29일 달러당 120.56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설 직전인 5일에는 116.56엔으로 떨어지더니 이날까지 6.6%나 평가절상됐다.

이같은 엔고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분간 강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는 한편 일본 정부의 개입이나 국제사회의 공조 여부가 그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강세의 결정적 흐름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완급조절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 재닛 옐런 FRB의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3월 금리인상을 사실상 부정한 것이 이날 추가적 엔강세를 부추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혼란을 높은 수준으로 우려한 것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매수세를 부추켰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제조업 회복을 통한 일본 경제의 회복마저 쉽지 않으리란 전망에 엔 강세의 지속 가능성을 키웠고 여기에 편승한 투기매수세까지 가세했다는 관측이다.

글로벌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승부수로 꺼내든 마이너스금리가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우치다 미노루 수석연구원은 최근 급속한 엔고의 원인을 세계경제 성장둔화 우려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마이너스금리 발표후 엔고와 주가하락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마이너스금리의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측면이 크다"며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말한대로 (금리의) 마이너스폭을 넓힌다 하더라도 위험회피 분위기는 한층 더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에서는 일본이 마이너스금리 폭을 -0.1%에서 -1.0%까지 늘릴 것이란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일본내 전문가들은 계절적 수급상황까지 엔강세 추세를 부추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고 있다. 우치다 연구원은 이와 관련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일본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자금을 국내로 끌어오고 수출기업들이 외화를 엔화로 바꾸기 때문에 2~3월은 계절적으로도 엔고로 움직이기 쉽다"며 "적어도 3월까지는 엔고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외 경제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들은 엔화가 단기적으로 110엔선이 붕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수출부문에서 단기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주가하락, 임금인상 무산 등으로 이어져 일본의 경기악화를 가중시키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키워 아베노믹스를 무력화시키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즈호증권 스즈키 켄고 외환투자전략가는 “단기적으로 엔환율이 달러당 110엔선도 무너질 수 있다”며 정부가 추가 양적완화 등과 같은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유럽의 불확실성에 이어 일본마저 금융 불안이 지속된다면 선진국들이 정책공조를 서두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는 26~27일 상하이에서 열릴 G20 재무장관 회의가 시장안정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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