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3.05 10:53

나경원 "가짜 평화유도를 재포장…안보무시 지나쳐"
홍영표 "더 큰 진전을 위한 숨고르기이고 생산적 진통"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사진= 원성훈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제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을 평가하는 여야의 평가가 극과 극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이 문제를 풀어갈 향후 해법에서도 정반대의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한마디로 말해서 '제2차 미북정상회담은 마침표가 아닌 쉼표'라는 입장으로 요약된다. 양국 정상 간의 회담은 잠시 중단됐지만 이것을 기존의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숨고르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를 한미공조의 붕괴 및 미북 간의 근본적 신뢰 붕괴로 보면서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중재자 외교의 파탄'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양당은 논평과 당내 회의에서의 발언을 통해 이처럼 현격한 시각차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는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그동안 문 대통령은 평화가 곧 경제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국민들께서 알고 있다. 평화는 곧 사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NSC에서 논의된 것과 발언을 보면 북한의 안전보장과 온통 회담성과와 정부가 북한에 도울 수 있는 것만 말하고 있다"며 "가짜 평화유도를 다시 포장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미북회담 결렬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가 안 된다는 것을 국민 모두 알고 있는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눈을 감고 있다"며 "이제 문 대통령과 정부의 국민 무시 및 정권의 안보무시는 도가 지나치다. 국민과 함께 국민안전보장회의를 만들어야할 판"이라고 쏘아붙였다.

바른미래당의 김정화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북미 협상 결렬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남북경협이 불투명하게 됐다"며 "상황이 이러한데, 문 대통령은 한미군사훈련을 축소하고 남북경협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평화가 메아리인가"라며 "그저 외친다고 되돌아오는 게 평화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엄중한 현실과 동떨어진 희망적 진단에 우려를 표한다"며 "영변핵 폐기가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라고 언급했는가, 영변 이외의 핵시설 폐기 없이는 백번의 회담은 무용지물"이라고 힐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일 자유한국당의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노 딜(No Deal) 미북 회담 포장 나선 文대통령, 국민을 바보로 아나'라는 제하의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미북 회담을 두고 미화, 포장에 나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회담 결렬의 가장 큰 이유는 영변핵시설 외에 여러 핵시설을 숨겨왔던 북한과 이를 들춰낸 미국 사이에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결렬된 회담을 미화하고 포장하기에 급급한 대통령의 모습이 씁쓸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요란했던 빈 수레에 대한 머쓱함을 모를 바 아니지만, 국민도 눈과 귀가 있다. 바보가 아니다.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과대포장이다"라며 "내외신 보도만도 못한 문대통령의 현실감에 국민은 불안할 뿐이다. 제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더해 같은 날 한국당의 주호영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문 대통령께서는 북한이 영변 외 핵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언제 파악하셨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면, 한미 공조는 이미 99% 박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직접 당사자인 우방국에 이렇게 중요한 정보조차 공유할 수 없을만큼 미국의 불신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국가안보에 엄청난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마땅히 지셔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그는 "(영변 외 북한 핵시설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그것은 묵인한 채 영변만 일부 폐기하는 것으로 북한핵을 용인하려한 것인지에 대해 답변해 달라"면서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무조건 퍼주려고만 한 것인지, 북한에 이 모든 시설에 대한 비핵화를 요구한 적이 있는지도 대답해 주셔야만 한다"고 메스를 가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현실인식은 이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영변 핵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 있어 되돌릴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핵시설의 근간인 영변 핵시설이 미국의 참관과 검증하에 영구히 폐기되는 것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속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만 폐기한다면 나머지 문제들은 순조롭게 풀려갈 것'이라는 인식이 읽혀진다. 제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의 결정적 사유가 미국의 '영변 외 핵시설에 대한 폐기 및 검증 요구에 대한 북한의 거부' 때문이었다는 '엄연한 현실'과는 상당한 간극이 느껴지는 현실인식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현실인식과는 사실상 정반대의 인식이라는 평가다. 향후 미국 측과 문재인 정부 간의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7일, 28일 하노이에서 있었던 북미회담이 우리가 기대했던 것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회담이 결렬은 아니고, 북미 사이에 대화를 더 해야 하는 잠시 중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과 북한이 회담 중단 이후에 서로 비난하는 일은 없고 앞으로 더 대화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중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70년 분단체제가 이렇게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어서 우리 정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판단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미국과 북한의 평가를 보면 회담이 된 것으로 결렬된 것이 아니라 합의가 지연보인다"며 "더 큰 진전을 위한 숨고르기이고 생산적 진통을 봐야 할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를 이룰 당사자로서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중재자로서의 노력이 더 중요해졌다. 국회도 이런 정부의 의지를 든든하게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처럼 여야가 미북회담 결렬을 놓고 극단적으로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는 속에서 미국 정부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어느 측의 현실진단이 보다 진실에 가까운 것일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