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3.05 17:43

임종헌 지시 따른 심의관 등은 기소대상 제외 논란... "성 판사도 피해자"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5일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성창호 부장판사 기소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5일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성창호 부장판사 기소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이어 전·현직 판사 10명을 5일 기소했다.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했다.

특이한 것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권순일 현 대법관과 차한성 전 대법관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되고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법정구속시킨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점이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신분과 같은 사건의 외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며 "최대한 절제해 기소 여부를 결정했다. 증거와 공소 유지 가능성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지만 이로 인한 파장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모양새다. 

당장,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이날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김경수 지사에 대한 유죄판결 선고 이후, 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한 '보복 기소'로 볼 수밖에 없다"며 "김경수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를 기소함으로써 위 판결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흔들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주 의원은 '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검찰의 보복·표적기소'라는 제하의 입장문에서 "2019년 3월 5일 검찰(서울중앙지검)은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전현직 법관 10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불구속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사법농단의 주요 골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및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재판에 개입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것"이라며 "지시를 받은 법관 입장에서 보면, 똑같이 부당한 지시인데도 불구하고, 지시를 받은 법관들 중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누구는 피해자가 되고 누구는 피의자가 되어 기소되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날 '피해자'라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은 이동원 대법관과 성창호 부장판사를 비교하는 비교표까지 그려서 정론관에 배포했다. 

(이미지 출처= 주광덕 의원실)
(이미지 출처= 주광덕 의원실)

아울러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한 공소장(공소사실)에는 성 부장판사는 직권남용의 피해자로 등장하고 있다"며 "직속상관으로부터 정운호 게이트 관련 보고를 하도록 지시를 받아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임종헌 전 차장 등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한 심의관 등은 기소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고려하면 형평성에 어긋남이 명백하다"며 "성 부장판사의 혐의가 명백하다면, 임 전 차장 기소 당시 공무상비밀누설의 공범으로 기소가 충분히 가능했던 상황(당시 공소사실에 없었던 범죄사실)"이라고 역설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는 2016년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로 근무 당시 구속영장 관련 정보를 상부에 보고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됐다. 성 부장판사는 김 지사 판결 전인 지난해 9월부터 입건된 상태였다. 
  
성 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가 법관 비리 수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시에 따라 조의연 당시 영장전담부장판사와 함께 법관 및 법관 가족과 관련한 영장 청구서와 검찰의 수사 기록 등을 빼돌려 상부에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 변호사는 재판부 로비 명목으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약 100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0월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제까지 검찰은 헌법재판소나 다른 지방법원에서 수사나 재판 관련 기밀을 유출한 법관들은 기소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성창호 부장판사의 기소 사태 논란'은 자칫 '정치권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조짐도 보인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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