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03.06 11:20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야심차게 선보인 제로페이 이용률이 바닥을 보이면서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범 서비스로 시행된 제로페이는 서울시가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 개발된 결제 서비스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결제가 진행된다. 제로페이에 참여하는 은행들이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플랫폼 사업자도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해 참여 가맹점들의 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이용률은 지지부진하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제로페이 결제건수는 8633건, 결제금액은 약 1억9949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국내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 결제건수 15억6000만건과 비교하면 0.0006%, 결제금액 58조1000억원에 비교하면 0.0003%에 불과하다. 지난 1월 31일 기준 제로페이에 정식 등록한 가맹점이 4만6628개인 것을 고려하면 한 달 동안 가맹점당 거래실적이 0.19건, 4278원에 그친다.

지난 5일 서울시는 그 동안 줄곳 지적받았던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시민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그 이유는 뭘까. 소득공제(40%) 이외에는 두드러지는 혜택이 없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이용자들이 '제로페이'가 말하는 혜택을 받기 위해선 세전 연봉의 25%를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전 연봉 7000만원인 사람은 소득공제 40%를 받으려면 한해 1750만원 이상을 제로페이로 결제해야 한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이용자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혜택은 한정적이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총급여액 70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의 소득공제 한도는 300만원까지다. 연말정산 시 환급액은 최대 45만원에 그친다. 소득공제 확대를 위한 해당 법도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전 연봉의 25%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이용자들에게 심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소득공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 학생과 차상위계층에게도 매력적인 요인이 없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페이코 등 간편결제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간편결제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유는 신용카드와 비교했을 때보다 혜택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제로페이는 각종 즉시 할인 혜택이 다른 간편결제 플랫폼보다 매우 부족한 편이다. 소득공제를 제외하고 공공시설 요금할인 혜택이 제로페이 이용자에 대한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지만 이 마저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심지어 서울시가 직영하는 공공시설마저도 제로페이 요금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 공공시설에서 할인 혜택을 주려면 관련 조례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유인책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제로페이를 내놓다 보니 사용자들이 외면할 수 밖에 없다. 준비 없이 민간기업과 경쟁해 이기겠다는 발상이 의심스럽다. 만약 제로페이를 서둘러 내놓은 것이 서울시의 전시행정이나 박원순 시장의 과욕에서 비롯됐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가맹점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이용할 실익이 있는지, 신용카드가 아닌 제로페이를 선택할 유인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유인책이 없다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 소비자들을 흡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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