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2.12 14:24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해 북한이 들고 나온 ‘자산 동결’ 조치를 두고 우리 기업이 입을 피해가 막대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그 동안 우리 정부와 민간이 개성공단에 설비, 토지 매입, 원자재 등의 명목으로 투자한 금액은 총 1조원 규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개성공단이 영구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이상, 결국 우리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한 자산을 다시 남한으로 갖고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이 그 동안 해외 기업들로부터 자산과 설비를 몰수하거나, 빌린 돈을 갚지 않아온 숱한 사례를 고려했을 때 더욱 그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 북한에 당한 이집트 ‘오라컴’...이익은 물론 경영권까지 빼앗길 판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불거졌던 이집트 오라컴사의 투자금 회수 불발이다. 지난 2008년 이집트 오라컴은 북한과 합작해 고려링크라는 3G 이동통신 회사를 설립했으며 총 지분의 75%를 투자했다. 

하지만 오라컴은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구성된 현금성 자산인 5억5000만달러를 회수해가지 못하고 있다. 달러로 환전해 본국으로 송금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외환 반출을 우려하는 북한이 소위 ‘장마당 환율’인 비공식 환율을 적용할 것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당 환율을 적용하면 수익금은 80분의 1수준인 7000만달러로 떨어진다. 

게다가 북한은 새로운 이동통신사인 ‘별’을 설립해 고려링크와의 강제 합병까지 시도하고 있다. 오라컴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북한 당국이 장악하겠다는 사실상의 ‘국유화’ 조치다.

오라컴은 이익을 회수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대북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하는 등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오라컴이 북한에 ‘당했다’는 분석이 다수다. 

◆ 혈맹 中 기업에도 횡포, 자산몰수·강제추방 판박이

북한의 이 같은 횡포는 최대 우방국이자 정치·경제적 후견국인 중국의 기업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다. 

지난 2006년 중국 랴오닝성의 대기업 시양(西洋)그룹은 2억4000만위원, 우리 돈으로 425억원에 해당되는 금액을 투자해 북한과 공동으로 제련회사를 세웠다. 시양그룹이 75%의 지분을 투자해 설비와 자금을 대고, 북한의 영봉연합회사라는 기업이 25% 상당의 토지와 광산을 현물로 출자해서 만든 회사다.

하지만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9년 북한이 계약 당시와 달리 자원세를 25%로 올리겠다고 하자 시양그룹이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때는 북한이 양보해서 사업 철수가 간신히 무마됐다.

하지만 2년 뒤인 2011년, 북한의 태도가 또 다시 돌변했다. 사업이 잘 돼 이익이 발생하자 북한이 또 다시 임금인상, 토지 사용료 지불 등을 요구해 결국 시양그룹이 계약 파기를 선택한 것이다. 

결국 시양그룹은 투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북한에서 철수해야 했다. 게다가 생산라인 보호를 위해 잔류시킨 20명의 직원들은 갑작스럽게 들이 닥친 군인들에 의해 강제로 연행 돼 버스에 태워져 ‘추방’ 당했다. 자산몰수, 강제추방의 전형적인 북한 행태가 중국 기업을 상대로도 행해졌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 군부 산하의 무역회사 조선성산경제무역연합회사가 중국의 요녕성보화실업집단과 양식장 투자 계약을 맺어 놓고,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선언한 뒤 새로운 기업과 이중 계약을 맺는 사례도 있었다. 

◆ 북한의 체제 특성상 ‘자산 몰수’는 예견된 현실

우리는 이미 유사한 사례를 경험했다. 2008년 ‘박왕자 피살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해서 북한이 자산 몰수 결정을 내렸던 것. 2010년 동결된 4841억원의 자산은 여전히 되돌려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자산 회수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사실상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자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강제 수단은 전무한 상황이다. 법치주의 체계 자체가 없는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애초부터 성립이 불가능하며, 유엔국제사법재판소 등 국제 사회를 통한 우회적 접근 역시 북한의 협조 없이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북한에 의한 개성공단 자산 동결 등 막무가내식 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현실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개성공단에서도 북한의 일방적인 임금 및 세율 인상 요구로 수차례 마찰을 일으켜 온 만큼, 남북관계가 경색 돼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 자산은 물론 원자재와 제고 회수는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산보호 합의서’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를 하기도 하지만, 합의 파기를 습관적으로 하는 북한 당국의 체제 성격상 근본적인 처방은 결국 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결국 북한과의 경협이 갖는 근본적 한계를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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