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3.11 10:43

"광주 현지 분위기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가슴이 먹먹해 도저히 말을 못 잇겠다" 분노 표출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서 광주로 출발하려고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출처= YTN방송 캡처)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서 광주로 출발하려고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출처= YTN방송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재판을 받기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광주로 향한 가운데, 광주 5·18 관련 단체들은 이날 "5·18 폄훼세력에게 빌미를 주서는 안 된다"며 "최대한 평화적으로 차분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라며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쓴 것이 문제가 됐다.

5·18 유관 단체들과 유가족들은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발간되자 즉시 그를 고소했고 광주지검은 수사 끝에 전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재판을 준비한다거나 알츠하이머 등을 이유로 수 차례 재판에 불출석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8월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9월엔 광주 대신 서울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신청했다가 기각됐다. 지난 1월7일 열린 재판에서는 '독감'을 이유로 불참했다가 법원에서 구인장을 발부받기도 했다.

최근 전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재판에 출석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리게 된다.

5·18 유관 단체들을 비롯한 광주시민들은 이번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전 전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부여해 주는 사죄의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광주 정치권의 한 민주당 인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슴이 먹먹해서 도저히 말을 잇지 못하겠다"며 "내가 이럴 정도인데, 80년 5월을 겪은 분들의 심정은 도대체 어떤 것이겠나.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감에 치가 떨린다. 광주 현지 분위기는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80년 5월 당시 가족을 잃은 어머니들을 만나보면 지금 그 상태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비통함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비교적 차분하게 전두환 씨 재판을 기다리는 것 같은데, 그게 아닌가'라는 물음에 그는 "그건 언론 보도일 뿐이고, 광주 현지 분위기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그야말로 어제부터 오늘 지금 이 시각까지 가슴이 떨리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서 스스로가 제어가 안될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광주의 5·18 유관 단체들은 이날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주변과 전 전 대통령이 통과하는 길목에서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들은 '전두환은 반성하고 사죄하라' 등의 손팻말과 플래카드 등을 준비하고 대기 중이다. 또한, 이들은 법원 정문 앞에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사진들을 전시하기로 했다. 특히  5·18당시 광주 상공에 헬기가 떠 있는 사진을 제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 전 대통령의 재판이 끝나면 곧바로 국민에게 전 씨를 처벌하고 5·18 역사를 바로 세울 것을 호소하는 기자회견도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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