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2.12 14:52
춘추시대 제(齊)나라 명재상 관중(管仲)의 초상이다. 그는 춘추 초반의 제나라 국력을 크게 신장시켜 당시의 패권국가로 성장토록 한 주인공이다. 경세제민(經世濟民)이라는 동양 정치 이념의 충실한 구현자였다.

옷감을 짤 때 날줄과 씨줄이 있다. 날줄은 세로, 씨줄은 가로 방향이다. 이 두 줄을 겹쳐 놓으면서 직물(織物)을 짠다. 세로 방향으로 난 날줄을 일컫는 단어가 ‘경(經)’이고 씨줄이 ‘위(緯)’다. 지구를 경도(經度)와 위도(緯度)로 표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경제(經濟)다. 지금의 ‘경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먹고 사는 일, 그에 수반하는 여러 조건들을 해결하고 나누며, 때로는 주고받는 모든 행위가 경제에 들어간다. 이 경제라는 낱말의 ‘경’이라는 글자는 여기서 ‘운영하다’ ‘다루다’ 등의 의미다.

그 뒤의 ‘제(濟)’는 원래 나루에서 배 등을 타고 물을 건넌다는 뜻이었다. 이 원래의 뜻이 발전해 ‘다른 이를 건너게 해주다’, 더 나아가 남을 ‘도와주다’ ‘구해주다’의 의미를 얻었다. 구제(救濟)라는 단어에서 이 글자가 쓰이는 경우가 대표적인 용례다.

따라서 ‘경제’의 원래 뜻은 지금의 그 ‘경제’와는 어감이 다소 다를 수밖에 없다. 원래의 출발은 ‘경세제민(經世濟民)’ ‘경방제세(經邦濟世)’ ‘경국제세(經國濟世)’ 등이다. 세상(世)이나 나라(邦, 國)을 운영하면서, 백성(民) 등 세상 사람들을 편안케 하는 행위 등을 일컬었던 말이다.

동양의 고전에 등장하는 ‘경제’라는 용어는 이 때문에 ‘나라와 사회를 이끄는 실천적인 일’ 등의 뜻을 담고 있다. 나라와 백성을 이끄는 구체적인 업무, 또는 그런 능력을 가리킨다. “공자왈…” 등을 읊조리며 공리공담(空理空談)만을 다루는 유생(儒生)들에게는 찾아보기 어려운 능력일지 모른다.

요즘 그런 경제가 문제다. 기업의 발에 걸린 족쇄를 걷어치우고, 경기를 살려 삶을 윤택하게 해보자는 취지의 입법이 국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정쟁이 불붙다 보니 그 시기가 자꾸 늦춰진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가 식어가는 불씨마저 살리지 못하는 형편에 다다르면 누구의 책임일까. 원래의 ‘경제’에 담긴 뜻, 즉 나라와 사회를 제대로 이끌어야 할 정치인들 말고는 그를 떠안을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공리공담에 가까운 정쟁에만 몰두하는 국회의 모습이 안타깝다. 이번 겨울이 매우 추울 전망이라는데, 벌써부터 손과 발이 다 뻣뻣해진다. 마음마저 그 다가오는 한기에 잔뜩 움츠러든다.

 

<한자 풀이>

經(지날 경, 글 경): 지나다. 목매다. 다스리다. 글. 경서(經書). 날, 날실. 불경. 길, 법, 도리(道理). 지경. 경계

濟(건널 제): 건너다. 돕다. 구제하다. 이루다. 성공하다. 성취하다. 더하다. 쓸모가 있다.

邦(나라 방)

 

<중국어&성어>

经济(經濟) jīng jì: 우리가 사용하는 현재의 ‘경제’와 같은 쓰임이다. 한편으로는 ‘실리적인’ ‘효율적인’의 뜻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인다. ‘经济’에 ‘小吃(작은 먹거리, 군것질 거리 등)’를 붙여 ‘经济小吃’로 적을 경우 ‘값이 싼 음식’이란 뜻이다. ‘저렴한 아침 식사’는 따라서 ‘经济早点(點)’으로 적는다.

经济之才 jīng jì zhī cái: 경제를 다룰 줄 아는 인재. 여기서 ‘경제’는 옛 말 의미의 경제다. 따라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케 하는 사람이라는 ‘치국안민(治國安民)’의 인재를 가리킨다.

经世之才 jīng shì zhī cái: 위의 뜻과 같다.

经世济民 jīng shì jì mín: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편안케 한다’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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