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3.14 05:05

내부견제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농협중앙회장, 조합장 직선으로 뽑아야

제2회 전국 농수축협 조합장 선거가 치러진 13일 성남 중원구의 한 농협 앞에 걸어놓은 플래카드가 이채롭다. (사진= 원성훈 기자)
제2회 전국 농수축협 조합장 선거가 치러진 13일 성남 중원구의 한 농협 앞에 걸어놓은 플래카드가 이채롭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제2회 전국 농수축협 조합장 선거가 13일 실시된 가운데, 현행 선거제도가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깜깜히 선거', '금권선거'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다. 뉴스웍스는 이런 지적에 따라 이날 실제로 선거가 진행된 경기도 A지역의 한 농협을 찾아가 실태를 조사했다.

현행 조합장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지적은 과거부터 제기되어왔다. 최근에는 그 목소리가 더욱 날카로와졌다. 지난 4일 정의당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은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법 제도 개정을 촉구했다.  

이날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더 이상 돈선거로 얼룩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제안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조합장은 당선된 순간부터 견제도 받지 않고 지역금용과 경제권을 모두 쥔 무소불위 권력을 가지게되며 한마디로 지역에서 왕이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무금융노조는 "지난 2015년 제1차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는 81.7%의 높은 투표율에 조합장 교체율이 47%에 달했다"며 "금품 제공, 기부행위 위반, 허위사실 유포 등 전체 860건의 위법행위조치로 847명이 검찰에 기소됐으며 이중 금품과 음식물제공이 전체의 40.1%로 동시 조합장 선거가 금권선거로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밝혔다.

이런 평가는 도대체 왜 나왔을까. 농축협선거관리사무국에서 발행한 '제2회 동시조합장선거 바로알기' 문건을 살펴보면, '선거방법별 가능한 선거운동'이라는 제하에 '총회 외 직선제'라는 항목에서 '선거일 소견발표'가 금지행위로 X표시가 돼 있음이 확인된다. 아울러 그 섹터 밑에 '총회 외'의 개념을 "선거일에 선거인들이 투표가능시간 내에 투표소에 들러 투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고 적시했다.

농협 관계자는 "이런 선거운동 금지 항목은 신인에게 상당히 불리한 선거제도"라며 "농수축협 조합장을 선출하는 것이 중앙 정치인들의 정견발표를 위한 TV토론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어떤 정책을 들고 나왔는지는 알아야 할텐데 소견발표를 위한 공식적 장치가 아예 마련돼 있지 않다면 이미 익히 알려진 기득권자들의 잔치밖에 더 되겠느냐"고 밝혔다.

물론, 어깨띠·윗옷·소품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허용된다. 전화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며, 명함도 돌릴 수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온통 금지투성이다. 후보자의 직접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은 가능하지만 문자메시지 속에 음성·화상·동영상 전송은 불가능하게 규정돼 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의 경우 해당 농축협이 개설·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을 게시할 수 있고, 동영상 전송을 포함한 이메일 전송도 가능하다.

규정은 이렇다지만 현실은 딴 판이다. 축협 관계자는 "평소 농축협이 개설·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을 게시해왔던 사람들은 이미 농축협 조합장이거나 그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상태에서는 농축협의 발전을 바라는 외부의 전문가나 다양한 경력의 경영능력을 갖춘 농축협의 신인은 이런 장벽을 걷어내고 진입하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일갈했다.

경기도 A지역의 B 조합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조합장 선거는 구조적으로 돈 많은 지역 토호와 농축협에서 잔뼈가 굵어온 사람들의 잔치일 뿐, 이 밖의 다른 사람들은 신규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단언했다.  

지난 4일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에서 조합장 선거가 오는 13일 실시되는데 조합장선거가 깜깜이선거, 금권선거로 치닫고 있어 선거제도 개혁을 비롯해 조합장의 권한과 책임을 개선하는 법안이 상정됐지만 일부 조합장들의 로비를 통해 법 개정이 무산된 바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농수축협 조합장 선거제도 개선을 어떻게 해야할까.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4일 "조합장선거 개혁을 위한 첫번째 방안은 조합장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바꾸고 상근과 비상근 관계없이 조합장 임기를 중임으로 제안해 조합장의 영구 독식을 종식시키고 언제라도 조합장의 비리가 발견되면 책임질수 있도록 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두번째 방안으로 "단일 협동조합 내부에 감시와 견제 장치중 강력한 장치인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하고 상임이사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사실 협동조합 외부에는 조합장 비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워 내부의 신고와 제보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내부를 가장 잘 아는 노동이사가 조합장 비리를 막는 것도 가장 잘할 수 있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전국의 조합장 관련 제도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금권선거는 사라지게 되고 이번 동시선거를 통해 1130여 지역농협 조합장을 비롯해 전체 1344개의 농수축협 산림조합장을 선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농협중앙회장의 선출방식을 기존 간선제에서 조합장직선제로 개정하고 지역본부장을 조합장이 선출해야 하고 이를 통해 중앙회장에 대한 견제와 감독을 강화하고 조합원의 민의가 농협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기존 농수축협 선거제도는 기득권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 청산해야할 적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를 알면서도 시정을 미뤄온 관리감독기관의 무능과 직무유기도 심각하다. 진정 조합원에게 '서번트 리더십'으로 봉사하고 소득 증대를 도모할 수 있는, 유능한 조합장이 선출돼야만 '6차 산업'의 시대를 활짝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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