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3.16 07:00

'후발주자' 국민은행, 직관적 디자인으로 편의성 높여
기업은행, 말만 하면 해당 업무 화면으로 신속 이동
신한·우리, 예금담보대출·외화 환전 업무 추가...기능 '최다'
5년간 점포 215개 줄인 하나은행, 금융 키오스크 개발 없어

IBK기업은행 남대문 지점에 설치된 금융 키오스크 '디지털 뱅킹존'의 모습 (사진=박지훈 기자)
IBK기업은행 남대문 지점에 설치된 금융 키오스크 '디지털 뱅킹존'의 모습 (사진=박지훈 기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금융 업무를 인터넷과 모바일로 보는 시대가 열리면서 은행 점포가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점포 감축으로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은행권은 이런 지적에 점포를 유지하면서 금융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디지털화(化)를 추진 중이다. 이른바 디지털 키오스크가 주된 해법이다.

디지털 키오스크란 기존 ATM(Automated Teller Machine, 현금자동화기기)보다 수준 높은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지능형 ATM이라 할 수 있다.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을 생각해보자. 직접 점원에게 메뉴를 말하고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계를 통해 주문부터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다.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에서도 구입 물품이 많지 않다면 계산원이 아닌 셀프 계산대를 이용해 빠르게 결제할 수 있다.

이 같은 무인경제는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 속속 확산되고 있다. 기자는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영업점에 설치한 디지털 키오스크를 시현, 디지털 금융의 현 위치를 직접 체험해봤다. 

국민은행 STM 업무 화면은 크게 창구업무, ATM업무로 나뉘어져 있다. (사진=박지훈 기자)
국민은행 STM 업무 화면은 크게 창구업무, ATM업무로 나뉘어져 있다. (사진=박지훈 기자)

◆ 바이오인증만 하면 '셀프뱅킹' 가능

먼저 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영업부에 설치된 금융 키오스크를 찾았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6월 기존 ATM을 한 단계 진화시킨 금융 키오스크를 ‘STM(Smart Teller Machine)’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STM 업무 화면은 크게 창구업무와 ATM업무로 단순화했다. 깔끔한 UI 디자인을 갖추기 위해 타행보다 늦게 금융 키오스크를 도입했나 싶었다. 창구업무 메뉴로는 기존 ATM을 통해 처리할 수 없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체크카드 신규·재발급, 통장 비밀번호 변경, 인터넷뱅킹 보안매체 발급 및 등록, 자동이체 등록 등이다.

창구업무는 바이오정보(정맥 인증)를 등록하지 않았다면 상담원과의 화상통화로 진행해야 한다. 바이오정보 등록은 카드처럼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을 넣고 상담원과 통화를 하면서 일련의 서비스 동의 및 인증 절차, 정맥 등록 등을 거쳐 완료했다. 기기 오른쪽에 있는 거치대에 손바닥을 편 채 손목을 올려놓으면 정맥을 인식한다.

국민은행의 금융 키오스크 'STM'를 이용해 신분증 인증 및 통장 발급을 하는 모습 (사진=박지훈 기자)
국민은행의 금융 키오스크 'STM'를 이용해 신분증 인증 및 통장 발급을 하는 모습 (사진=박지훈 기자)

STM으로 이용한 금융서비스는 카드형 OTP와 통장의 재발급이었다. 신분증 및 바이오 인증 절차를 거치면 쉽고 빠르게 발급이 완료됐다. 정맥을 등록할 때는 시간이 꽤나 걸렸지만 업무 진행 속도는 직원이 있는 창구보다 빠른 느낌이었다.

금융 키오스크는 국민은행 STM을 통해 처음 경험해 매우 혁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 STM은 타행에 비해 가능한 창구업무가 조금 적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수요가 많지 않은 업무를 모두 담게 되면 개발비 증대, 전담 직원 배치 등으로 비용이 크게 늘어나 고객에게 돌아가는 편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국민은행은 STM을 확대, 진화시킬 방침이다. 오는 8월 말까지 전국 영업점 중 고객 디지털 금융 수요가 많은 곳을 선정해 총 30여대를 추가적으로 설치·운영하고 업무 수요 추이를 파악해 기능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 중·노년층 편의 높일 ‘음성인식’ 기능 도입

기업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금융 키오스크에 음성인식 기능을 넣어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박지훈 기자)
기업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금융 키오스크에 음성인식 기능을 넣어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박지훈 기자)

금융 키오스크를 이용한 업무가 아무리 빠르고 편하더라도 디지털 기기 사용에 능한 청년세대보다 장·노년층에게 불편할 수 있다. 어르신들에겐 원하는 업무 메뉴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은 과제다. 스마트폰이 전 세계에 걸쳐 대중화됐다지만 모바일뱅킹을 활용하는 어르신들은 아직도 많지 않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3일 5개 영업점에 디지털 뱅킹존을 설치하며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앞서 다른 은행들이 도입한 금융 키오스크에게 조금 부족했던 편의성을 음성인식 기능 도입으로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음성인식은 정확하고 반응도 빨랐다. 예를 들어 “통장 재발급”이나 “보안카드 발급”이라고 말하면 해당 화면으로 이동했다. 금융업무에 한해 애플 아이폰의 AI 비서 '시리(Siri)나 삼성 갤럭시의 빅스비(Bixby)보다 정확하다는 생각이다. 여러 기능을 10여 차례 말했지만 단 한 번의 오류도 없었다. 어르신들도 이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한다면 금융업무를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타행의 금융 키오스크처럼 ‘노카드(No card) 금융’도 가능하다. 보통 ATM에서 입출금이나 송금할 때 체크카드가 필요하다. 사전에 자신의 정맥 정보를 등록해두면 카드 없이도 바이오 인증으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음성인식 기능을 켜고 “바이오 송금”이라고 말하면 업무는 매우 쉬워진다.

음성인식과 함께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또 하나의 기능은 순번표다. 순번표는 보통 창구 업무를 기다리기 위해 뽑는다. 기업은행은 금융 키오스크 사용 활성화에 대비해 창구 순번표 기기에 키오스크 순번표 발급 기능을 추가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점포에서 대기 중인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디지털 뱅킹존을 소개, 이용을 권장하고 이미 사용법을 숙지한 고객에게 향후 필요한 기능을 설문 등으로 파악해 기기를 고도화할 예정”이라며 “점포 감축을 최대한 막고 금융 편의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업계에서 이 같은 금융 키오스크를 더 쉽고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출부터 외환까지...“금리·수수료도 낮아”

신한은행은 지난 2015년 12월 국내 은행권 최초로 금융 키오스크 ‘유어 스마트 라운지(YSL)’를 도입한 만큼 가능한 업무만 총 126개로 가장 많다. 아직까지 그 수요는 많지 않지만 예금담보대출까지 가능하다. 이 대출 시스템은 YSL을 통해 약 3~4분이면 가능할 정도로 편의성을 높였다. 사실상 대부분 창구업무를 키오스크로 혼자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YSL은 지난 14일 기준 전국 47개 코너에 51개 배치돼 있으며 남산타운, 네이버 신사옥, 고려대학교 등 3개점은 이용자의 디지털 사용 수준에 맞춰 아예 무인화 점포로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에 뒤이어 두 번째로 금융 키오스크를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라는 이름으로 내놨다. 신한은행이 가장 많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홍채·지문·정맥 등 다양한 방식의 인증 기능과 함께 외환 업무도 키오스크에 담았다. 금융 키오스크를 이용할 경우 고객 혜택도 큰 편이다. 기기를 통해 대출이나 외환 서비스를 진행할 경우 금리와 수수료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점포 축소, 이자 장사라는 세간의 비판에 대응해 금융 서비스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금융 키오스크, 무인 지점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향후 5년 후에는 이 같은 금융 생활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KEB하나은행은 최근 5~6년간 점포를 가장 많이 줄였음에도 금융 키오스크 개발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2018년 10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점포 수는 그해 6월 말 기준 765개로 2013년 말보다 215개(2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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