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3.16 09:05
가맹점 모두 가맹사업법 개정 전 계약…기존 점주에 소급적용 안돼
아오리에프앤비 측 "점주들과 대책회의 열고 본사에서 1차 보상 방안 제공"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잘못은 승리가 저질렀는데 엉뚱한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고 있다.
한때 '승리 라멘'이라고 불리며 유명세를 탔던 아오리라멘. 그러나 승리(본명 이승현·29)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가맹점주들은 손님이 뚝 끊긴 채 이 폭풍이 언제 지나갈지, 가슴만 졸이는 중이다.
이처럼 오너 리스크로 인한 가맹점들의 피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스터피자는 정우현 전 회장이 경비원 폭행 사건에 연루되면서 일어난 불매 운동 영향으로 2017년 폐점률이 타사에 비교해 최대 50배 넘게 뛰었다. 호식이 두마리 치킨의 최호식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의혹의 경우 가맹점 별로 최대 40%의 매출이 하락했다. 봉구스밥버거 오세린 대표의 마약 파티, 교촌치킨의 권원강 회장 친척인 본부장의 사내 폭행 및 폭언 등 오너 리스크 사례만 나열해도 끝이 없을 정도다.
◆ 개정 가맹사업법, 손해배상 '두루뭉술'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너 리스크'로 인해 가맹점주가 피해를 볼 경우 본사가 손해배상하도록 개정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을 지난 1월 25일부터 시행 중이다. 프랜차이즈 시장을 들끓게 했던 오너들의 범법 행위와 갑질 등에서 파생된 불매운동으로부터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돼 가맹점주들로부터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아오리라멘 가맹점주들이 피해 보상을 하기 위해 나선다면 '오너 리스크 방지법'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소급적용이 안되는만큼 이 법의 혜택을 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운영중인 아오리라멘 가맹점들은 모두 법 시행 이전에 가맹계약이 체결됐으며, 실제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를 받은 승리로 인한 피해는 분명하지만 단체행동을 하기에도 점주 숫자가 적으며 가맹점협의회도 없는 상태다.
개정 가맹사업법 자체가 두루뭉술한 부분이 있어 손해배상의 범위도 모호하다. 민사 소송에선 피해 사실을 입증하고 피해액을 산출해야 하는 데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싸움인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 매출이 300만원이었던 A매장이 '오너 리스크'로 인해 절반으로 떨어졌다면, A매장은 '오너 리스크' 때문에 매출이 격감한 것을 증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날 미세먼지나 비 등 날씨에 따른 영향, 경기 악화, 혹은 A매장의 영업이 미숙한 점 등까지 여러 인과관계를 부정하다보면 실제 손해에 대해 입증하기가 어렵다"라며 "본사가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분명 있지만, 어느 경우에 얼마까지 손해배상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 법에서 어떤 범위를 손해배상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승리
일각에서는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 창업을 선택할 때 오너(승리)의 유명세를 기대한만큼 이 같은 손해도 책임지고 가야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설령 유명세를 노리고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버닝썬 게이트', '성접대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승리가 사법처리될 위기로 이어질 것까지 예측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한 통상적으로 가맹계약을 맺을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 존재한다. 계약이 완전해질 수 있도록 본사와 가맹점이 서로 신의와 성실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따져봤을 때 승리는 가맹점주들과의 신뢰를 저버렸다.
승리처럼 직접 본사를 설립하고 브랜드를 론칭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연예인들은 기존 프랜차이즈에 지분을 투자하고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방식으로 업계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들 브랜드 중 상당수는 이미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연예인들의 도박, 음주운전, 탈세 혐의 등 많은 사건사고로 '스타 리스크'를 받게 돼 흥하지 못한 게 대부분이며, 위험부담을 안고 가맹점 출점을 하는 이들도 전보다 적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게의 흥망성쇠가 연예인의 호감도 상승과 이미지 추락으로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만큼 연예인과 밀접하게 연관된 브랜드의 창업을 고민한다면 더욱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승리는 일본의 이치란라멘을 벤치마킹해 2016년 6월 청담동에서 아오리라멘(아오리의 행방불명) 첫 번째 매장을 열었다. 이어 2017년 7월 아오리에프앤비를 설립해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해 국내외 48개 매장이 열렸다. 무엇보다 승리가 각종 예능에 출연해 노출시키며 자연스럽게 '승리 라멘'으로 홍보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아오리에프앤비 본사의 2017년 매출은 약 39억원이다. 이 중 가맹점 15군데의 연 평균 매출은 12억7000여만원이다. 지난해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는 오는 4월 이후 등록된다.
하지만 승리가 배우 박한별씨의 남편 유모 씨와 함께 창업한 유리홀딩스가 아오리에프앤비의 대주주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맹점주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승리는 지난 2월 유리홀딩스 공동 대표를 사임했고, 아오리에프엔비도 지난 14일 기존 가맹점주 및 아오리라멘 브랜드 보호를 위해 유리홀딩스와의 관계를 정리함과 동시에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겠다고 선 긋기에 나섰다.
아오리라멘 본사 관계자는 공식 SNS를 통해 "지난 3월 7일 가맹점주들과 대책 회의를 열고 1차적인 보상 방안을 제공했다"며 "사태 전개에 따라 추가적인 점주 보호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