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3.17 10:00
이재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디테크융합연구소 연구교수
이재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디테크융합연구소 연구교수

[뉴스웍스=이재무 칼럼니스트] 최근에 있었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부 부문의 가장 큰 변화는 담당 중앙부처가 외청에서 독립적 권한을 지닌 '부'로 격상된 것이다.

중소기업청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의 위상 변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관련 정책의 질적 향상과 실질적 성과 창출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가 여러 정책과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과거보다 체감적으로 나아졌다고 느끼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경기 불황과 경영 악화로 점점 살기 어려워진다는 토로만 늘어가고 있다.

당연히 중소벤처기업부의 다각적이고 실효적 정책 기획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들을 곰곰이 바라보면 과거 중소기업청에서의 활동과 큰 차별성이 보이지 않으며, 여전히 많은 정책이 금융 지원에 치중된 느낌이 든다.

물론 현재 다수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금전적 문제에서 발생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으며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채무에 불과하다. 잠깐 숨 돌릴 여유를 줄지는 몰라도 곧 갚아야하는 압박이 더 크게 다가오는 또 다른 부담일 뿐이다.

더욱이 그나마 돈 빌리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보증기관을 통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대상들은 사실 돈 빌릴 필요가 없는 조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정작 금융 지원이 필요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들은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서 정부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게 해줘야할 일은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서 경쟁 질서를 붕괴시키라는 것이 아니다.

공공구매에 관한 얘기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제품 공공구매의 범위를 한정적 시한 내라도 크게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제품 구매에 관한 제도를 강제화해 적지 않은 담당 공무원들이 맡고 있는 중소기업제품 분리 발주 의무 준수에 크게 개의치 않는 현재의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현재 우수한 품질이나 기술을 가진 업체들의 전유물인 수의계약제도를 확장해 일반 물품의 경우에도 2억 원 이내의 구매 품목에 있어서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수의계약을 권장해 계약 과정을 간소화시켜주고 최저가 입찰로 인해 계약금액이 줄어드는 제도적 리스크 역시 보완해주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구매를 통해 계약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요구가 있을 경우, 생산 및 납품 과정에서 요구되는 선투입 비용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되 중소벤처기업부가 직접 빌려주는 형태로 운용돼야 하며 이자는 받지 않거나 극히 소액으로 수취하여 부담을 최소화시켜줘야 할 것이다.

자금의 회수는 공공구매 계약을 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채권 양도를 통해 공공구매 계약을 이행한 후 수요처에서 받을 대금에서 자동적으로 공제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면 부실채권에 관한 우려도 없어진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활동이 무용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가 높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양상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 탓으로 돌릴 것인가? 정부는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정책 수혜자들의 불만은 모두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에서 가장 큰 대의이다. 억울함이 있을지라도 정부가 공익을 위해 견디고 더욱 묵묵히 노력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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