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의 정책진단] 정책의 역행이 경제를 망친다
[김태기의 정책진단] 정책의 역행이 경제를 망친다
  • 김태기 교수
  • 승인 2019.03.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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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경제가 외국에서도 걱정할 정도로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신용평가회사 뿐 아니라 외교상 조심스럽게 말하는 국제경제기구까지 한국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한국의 경제 성장 전망을 계속 하향 조정해왔고 금년에는 성장률 전망치를 2% 후반에서 2% 중반으로 낮추었다. 무디스를 비롯한 국제신용평가회사와 민간 투자은행은 더 비관적이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를 간신히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의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꾼 이유는 세계 경기의 둔화만이 아니다. 과도한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 등 소득주도성장정책이 경제성장에 역행하는 문제를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2년 동안 30%가까이 인상했다.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율의 10배 이상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인상으로 소득이 늘고 소비가 증가해 성장률이 올라간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은 실언이 되고 말았다. 반대로 기업의 투자가 축소되고 고용이 악화되면서 소비와 성장이 모두 후퇴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IMF는 재정확대를 권고했다. 재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정부는 반가워한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의 원리를 무시하고 재정 투입만 강화하면 부작용이 커진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3년 동안 무려 54조원을 일자리사업에 투입했지만 성장과 고용은 악화되었다. 작년에는 19조원 이상 투입하고도 취업자 증가는 10만 명 이하, 그 이전의 1/3정도로 급감했다. 금년에 일자리예산을 23조원으로 늘렸지만 마찬가지다. 2월 고용동향을 보면 노인 일자리가 40만개 증가했지만 제조업 취업자는 15만 명 감소, 30-40대 취업자는 25만 명 감소, 청년 실업률은 25%로 증가했다.

소득주도성장에 집착해 경제를 재정중독에 빠뜨리면 대량실업의 위기를 키운다. 시한폭탄처럼 긴급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터질 수밖에 없는 그런 위기다. 기업이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다 금년 들어 수출마저 격감하기 때문이다. 2월 실업률은 4.7%이지만 세금으로 만든 공공 일자리를 제외하면 이미 5%를 넘어 대량실업의 조짐을 보였다. 최저임금을 조절하지 않으면 자영업은 폐업이나 자동화설비로 고용을 줄인다.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도 매출 격감과 인건비 폭등 때문에 조업을 줄이고 그나마 사정이 나은 중소기업은 근로시간단축 때문에 해외로 떠난다.

대기업이라고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에다 공정경제의 부담까지 져야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적폐로 모는 분위기라 신사업 진출조차 조심스럽다. 정부는 대기업 오너를 불러들여 고용을 늘리라는 압력을 공개적으로 하지만 경영 애로를 건의하기조차 어렵다. 수출이라도 잘 되면 버티겠지만 금년에는 그렇지 못하다. 재고가 쌓이고 적자가 늘어도 노동조합의 힘에 눌려 고용조정은 고사하고 고임금-저생산성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하기도 어렵다. 정부와 노동조합의 눈치만 보느라 과감하게 의사결정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 대기업의 밑둥치가 흔들린다.

한국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엉뚱한 길을 걷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사상누각을 짓는다고 세계 경제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그리고 빠른 속도로 후퇴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 호황기에서 불황기로 들어가고 있고 중국은 미중무역전쟁의 충격으로 경제 위기에 다가가고 있다. 한국이 수출을 많이 하는 중동은 유가하락으로, 유렵연합도 영국의 탈퇴문제 등으로 악재가 많다. 그 결과 금년 수출은 1월 –6%, 2월 –11% 감소했다. 3월(1-10일)에 –19%로 감소폭이 커졌고 반도체와 중국 수출은 각각 –29%, –23%로 더 심각하다.

자동차산업은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대규모 구조조정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과잉 생산과 수요 감소로 경쟁이 격화되고 수익성이 격감하고 있다. 한국은 자동차생산이 3년째 후퇴해 세계 7위로 밀렸고 금년에는 400만대 생산도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과 독일 등 해외 경쟁업체에 비해 임금수준은 높고 생산성은 떨어지는데다 내수와 수출 모두 악화되기 때문이다. 부품 등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는 더 심각하다. 작년에 회사의 폐업이나 도산으로 직장을 잃은 자동차산업 근로자가 이미 50%나 증가했는데 금년에는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고용불안의 이유는 자동차 경기악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대전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친환경자동차로 전환, 자율주행기술 도입, 자동차의 공유화 등으로 전면적인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서비스화로의 전환에 성공할지 미래가 불확실하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은 각종 규제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발목을 잡고 있고 노사관계 불안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전투적 노동운동이 경쟁력을 깎아먹고 고용불안을 키우지만 정부는 오히려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고 반 기업정책이 자동차산업을 사면초가 상태에 빠뜨리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에 수익 악화로 어닝 쇼크를 겪었고 금년에는 중국의 북경 공장 조업을 중단했다. 기아차는 통상임금소송에서 노동조합에 패하고 인건비쇼크에 시달린다. GM대우는 군산공장을 폐쇄했고 정부의 지원을 받았지만 GM의 사업재편 전략에 비추어보면 다른 공장도 미래가 밝지 않다. 르노삼성도 노사관계 악화로 위기에 빠졌다. 노동조합이 전투적으로 선회했고 부산시마저 노동조합에 힘을 실어주면서 위탁 생산의 특성상 작업물량 확보도 위태롭다. 완성차만큼 주목받지 못하나 협력업체는 절박하다. 대형 협력업체의 50% 이상은 매출이 감소했고 협력업체 전체로 보면 대부분이 이자조차 감당하기가 버겁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세계 경제와 기술 환경 변화에 역행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동원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본래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간 투자자가 수익률을 높이려고 도입한 제도지만 한국은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설계하고 적용을 주도한다. 게다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용해 대기업에 노동이사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 노후생활이 불안해질 뿐 아니라 기업도 정부와 노동계의 간섭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임금인상과 고용보호는 강화하고 신사업 진출이나 연구개발에 소홀하게 만들어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도 떨어뜨리게 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논리로 정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제민주화, 공공성의 강화를 내세운다. 그러나 한국에서 3가지 모두 본래 취지와 달리 왜곡·변질되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지만 정부의 책무성과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 부작용을 키웠다. 경제민주화는 노동운동을 정치적으로 만들고 투쟁 노선을 강화하게해 대기업·노동조합·정규직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중소기업·비정규직을 소외시켰다. 공공성의 강화는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자는 것이지만 지배구조의 허점 때문에 특권 계층을 만들고 노동조합의 사익 추구에 이용되었다. 정책의 역행이 경제를 망친다. 정부는 각성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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