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3.21 05:00

주총 이후 지배구조 승계 위해 1조원 이상 현금 필요해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22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차그룹이 매우 시끄러운 상태다. 더구나 ‘정의선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험난해 보인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총 8조3000억 규모의 고배당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또한 사외이사로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가 선임되도록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주주제안이 향후 회사의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요구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지난 14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회의를 열어 엘리엇의 배당 요구가 과도하다고 판단을 내리고 엘리엇의 사외이사 추천 등 제안까지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 9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입, 그리고 그 이후 지속된 판매실적 미달 및 전년대비 실적 감소로 이른바 신뢰의 문제에 봉착해 있는 현대차그룹이다. 이번에 닥쳐온 과제들을 하나 둘 씩 극복할 때마다 투자자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부양이 동시에 배가될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넘는데 실패한다면, 현대차에 대한 기대감도 급격히 훼손될 것이다.

실제로 현대그룹에 대한 최대 관심사는 현대차와 모비스의 정기 주주총회 이후 현대차 그룹의 행보다. 그리고 이후 진행될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22일 예정된 현대차와 모비스의 정기 주주총회는 무난하게 현대차그룹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이번 양사의 주총 결과는 20년 가까이 지속되어온 정몽구 회장의 경영체제가 마무리되고 정의선 수석부회장 시대를 시작해도 좋을지를 좌우하는 시험대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체성의 전환점에 도달해 있다. 거시적으로는 자동차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제조에서 서비스로 이전되고 있는 시기이며, 기술의 변화로 미래자동차에 대한 대안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시장 트렌드 변화에 뒤처진 결과로 매출감소로 이어져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다.

이런 전환점에서 성공적인 변화를 완성하려면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중장기 계획 마련과 그 계획을 성공적으로 시작하는냐 여부가 중요한 포인트다.

바로 이번 주주총회가 정 수석부회장의 첫 걸음이라고 판단된다. 두 번째로 중장기 계획으로 신년사에서 밝힌 사업경쟁력의 고도화, 미래대응력 강화와 경영/조직 시스템 혁신을 통한 시장의 게임체인저로서의 역할을 얼마큼 성실히 수행하는지에 대한 성과도 중요 대목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그동안 물밑에서 조용히 미래기술 투자와 글로벌 인재 영입 등을 주도하며 침묵하고 있었다. 지난해 9월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정 수석부회장은 보수적인 그룹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작년 12월 획기적인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했다. 이를 통해 빠른 시장 대응력을 가진 현대를 만들기 위한 변화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 수석부회장은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외부에서 인재를 확보하는데 주력해 성공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젊은 감각과 글로벌 인재를 적극 영입했다. 처음 영입한 인재는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 디자인총괄 사장이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히던 인물이다. 이어 폭스바겐그룹의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과 최고급차 브랜드 벤틀리의 수석디자이너를 영입했다.

이어 제네시스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부사장, 현대 디자인센터장 루크 동커볼게 부사장과 고성능차를 담당하는 알버트 비어만 사장 등을 영입했다. 또한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대부분 50대 인사로 구성했다. 정의선 표 리더십을 수행할 선수의 배치를 마감한 모습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수익성 목표를 밝혔다.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상품 경쟁력 강화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R&D)과 미래 기술 분야 등에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또한 2022년까지 자동차 부문에서 영업이익률 7%, 자기자본이익률 9% 수준을 달성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경쟁사 대비 너무나 적은 연구·개발(R&D) 비용의 투자로 지적받아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약 9조원을 투자한다. 이전 5년 간 연평균 투자액보다 58%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이를 통해 제품 경쟁력 및 설비 투자 확대를 통해 지속 성장의 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미래차 관련 핵심기술을 강화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함이다.

그 외에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 그랩과 전기차 전용 차량 호출 시범 사업 진행, 인도 카셰어링 업체 레브,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미고, 호주의 P2P 카셰어링 업체 카넥스트도어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등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그동안 20년 동안 진행되어온 정몽구회장의 품질경영과 현장경영의 리더십에서 볼 수 없었던 발 빠른 진행을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보여주고 있다. 단지 현재의 단기적인 실적들이 다소 못마땅함은 있으나 장기적인 면에서 준비를 마쳤다고 볼 수 있는 시기다.

이제 마지막으로 넘을 산은 지분 승계 문재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작업과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하고 있으나, 뚜렷한 방안이 없어 보인다.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순환출자 형태로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23.3%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모두 인수하려면 약 4조7000억원이 필요하다.

현재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모비스를 제외하고 약 3조6000억원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야 현대그룹계열사의 모든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룹내 지배율을 높이고,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런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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