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3.21 06:04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이탈리아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대에도 자국의 주요 항구 4곳을 중국에 개방하기로 했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중국의 야심찬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첫 G7(선진 7개국) 국가가 될 전망이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1~24일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하는 동안 이같은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항구 4곳은 이탈리아 최대 항구인 서북부 제노바와 남부 시칠리아의 팔레르모, 북부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 라벤나이다. 특히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등 육로와 직접 맞닿아 있는 트리에스테항은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은 4개 항구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합작 법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본격적인 관리에 들어간다.

제노바는 이미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교통건설(CCCC)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았다. 시 주석이 방문할 예정인 팔레르모는 중국 해운사 유치를 원하고 있다. 트리에스테와 라벤나는 일대일로 MOU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중, 특히 G7 중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나라가 됐다.

중국의 이탈리아 항구 진출에 대해 EU와 미국뿐 아니라 이탈리아 내에서도 이탈리아 경제에 침투하는 ‘트로이 목마’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트리에스테에 인접한 베네토주의 주지사는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를 “새로운 형태의 식민지화”라며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를 침공했고, 이제 유럽과 우리 항구에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U는 오는 21일과 22일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유럽 내 중국 국영기업의 진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중국과의 협력이 이탈리아의 지정학적 지위나 미국·유럽 사이의 대서양 동맹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이탈리아 정부는 일대일로 참여를 통해 수출 및 투자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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