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9.03.21 16:24

감사원, 문화재청장에게 "실측설계도서 없이 문화재 수리하지 말라" 주의 요구

축석방식 변경 전후 미륵사지 석탑 단면도 비교. (이미지=감사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이 해체 정비하는 과정에서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한 사전검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관성없이 돌을 쌓았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미륵사지 석탑의 상·하부 내부 형태가 애초의 원형과는 달리 층별로 상이해졌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2011년 국보 11호인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실시설계용역을 진행하면서 해체 당시 확인된 축석방식의 기술적 재현 가능성이나 구조적 안정성 여부 등 원형 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검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륵사지 석탑 해체 당시 모습. (사진=감사원)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할 당시 탑의 몸체에 해당하는 적심(석탑 내부에 돌과 흙을 쌓아 올려 탑의 몸체를 구성하는 부분)은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석재들로 쌓여 있고 사이의 틈(공극)은 흙으로 채운 형태였다. 적심은 석탑 상부의 하중을 하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탑 구조의 안정성 확보에 중요하다. 

적심부 축석 방식 등을 변경하려면 구조물의 안정성을 다시 계산해 설계도서를 마련하고 이에 따라 시공해야 한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기존 적심부 석재들의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품질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적심석의 97.6%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가공한 새로운 석재로 교체해 반듯하게 쌓기로 계획했다. 

문화재청은 이후 석탑의 2층 적심부까지 새로운 석재 가공작업을 진행하다가 2016년 초 원래의 축석방식과 부재를 보존한다는 이유로 당초 설계와 달리 3층 이상의 적심에 대해선 기존 부재를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석탑의 3층 이상 부분은 구조계산을 거치지 않고 석탑 건축을 위한 설계도서 없이 축석됐다. 이로 인해 석탑 상·하부의 내부 적심이 다른 형태로 축석되는 등 일관성이 없는 방식으로 복원됐다. 

감사원은 "복원을 담당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석탑 내부의 몸체인 적심을 축석하는 과정에서 설계도서 없이 그날그날 사용할 석재를 기존 부재 가운데에서 고르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지적했다. 

석탑 해체 시와 축석후 달라진 평면 모습. (사진=감사원)

문화재청은 이처럼 축석방식을 변경하면서 구조안정성도 검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에 따르면 석탑을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해선 구조 역학을 바탕으로 구조물의 안전성을 계산해야 하지만 문화재청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더구나 석탑 내부 석재 사이의 빈 틈을 메우는 충전재를 실리카퓸을 배합한 무기바인더에서 황토를 배합한 무기바인더로 바꾸면서 사유와 타당성에 대한 자문이나 연구를 거치지 않았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구조계산 등을 거친 실측설계도서 없이 축석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 대해 구조안정성을 검증한뒤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 방안을 검토하라”며 “앞으로 축석방식 보존과 기존 부재 재사용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하고 계획을 수립해 일관성 있게 수리하며, 실측설계도서 없이 문화재를 수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총 사업비 230억원이 투입된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는 1998년 시작돼 20년에 걸친 작업 끝에 최근 마무리됐으며 다음 달 준공식을 갖는다. 

한편 감사원은 2014년 이후 20억원 이상인 문화재 수리공사를 도급받은 27개 문화재 수리업자의 세금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18개 문화재 수리업자가 도급 후 일반건설업자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추정했다. 감사원은 문화재 보호구역 내 공사라는 이유만으로 문화재 수리업자만 도급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문화재청장에게 “공사내용에 따라 공동도급이 가능하게 하는 등 문화재 수리공사의 입찰 참여를 불합리하게 제한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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